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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이야기

by 신화창조
강냉이 빵1.jpg

맛있는 빵과 곁들여 마시는 커피를 상상해보라.

그윽한 향과 더불어 코끝을 타고 번지는 빵 냄새, 각자 개성 있는 맛들.

요즘 찻집에서는 빵을 함께 팔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자리엔 커피와 함께 수북이 빵을 쌓아 놓고 먹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차를 마시러 가는지 빵을 먹으러 가는지 헷갈릴 판이다.


바야흐로 빵 전성시대다.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높은 어느 날 오후, 갑자기 빵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본다.

이런 날 느닷없이 누구라도 찾아오면 핑곗김에 찻집이라도 갈 텐데.

그저 입맛만 다시며, 생각만으로 빵을 먹는다.




장면1


옥수수빵, 강냉이 빵

같은 말이다.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불렀던 것 같다.

1960년 말쯤으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선생님 책상엔 도마와 칼이 있었다.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 어디선가 겉은 까맣고 속은 누런 커다란 빵 더미가 오고 선생님은 도마와 칼을 꺼내셔서 아이들 숫자에 맞게 70등분으로 나눈다.

내게 샌드위치 식빵 반쪽 정도의 옥수수빵이 돌아온다.

물기가 거의 없는 마른 빵이다.

그저 옥수수 맛뿐인데, 어쩌면 그리 꿀맛이었을까.

고학년인 누나는 가끔이라도, 교실 청소를 하고 자르지 않은 빵을 덩이째 받아오던데 왜 우리 선생님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늘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저학년은 2부제 수업을 하니까 점심시간이 없어서 그랬지 않나 싶다.

빵만 받을 수 있다면 해가 질 때까지라도 학교에 남아 청소를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섭섭하다.


아직도 가끔 옥수수빵을 덩이째 받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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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60, 70년대 우리는 수업이 끝나도 집엘 잘 가지 않았다.

그냥 운동장이나 동네 어딘가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놀았다.

흙먼지를 뒤집어써도 마냥 즐거웠다.

배고픈 건 그냥 참았다.

집에 가면 다시 나오기 힘들었다.

어른들에게 붙들리면 거기서 끝이라고 봐야 한다.

숙제해라, 동생 돌봐라, 주문이 많았다.

차라리 굶고 노는 게 더 나았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신나게 놀 때, 누군가 소보로빵을 들고 나타났다.

우리는 그 애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친구를 빙 둘러 에워싸고 호의를 기대하며 손가락을 빨았다.

어쩌면 운이 좋으면 한 조각 얻어먹을 수도 있었다.


빵 한 조각에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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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80년대 초 군대.

어느 날 갑자기, 아침 급식이 밥에서 빵으로 바뀌었다.

신세대 입맛에 맞춘다나 어쩐다나.

조그마한 햄버거 빵 세 덩이, 200mL 종이 우유 한 통, 감자 으깬 것 조금, 딸기잼 티스푼 하나,

허연 수프가 있었나 없었나 모르겠다.


난 좋았다.

지금도 난 식빵이라면 무조건 데워 먹는다. 군대처럼.


얼마나 맛있는데.


그렇지만 고참들은 툴툴거리며 빵을 남긴다.

고참들이 남기면 남길수록 우린 좋다. 나머진 모두 쫄병 차지다.

비닐봉지째 따끈하게 데워진 군대 빵의 맛, 안 먹어 본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빵은 밥보다 근기가 없어서 10시만 되면 배가 고프다.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런...

빵 이야기하다가 해가 지겠다.

집에 가는 길에 빵집에나 들러야겠다.

교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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