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성질이 아주 괴팍한 부장님이 한 분 계셨다.
그 부장님으로 인해 출근만 하면 사무실은 온통 공포 분위기가 되었다.
당시엔 실내 흡연이 일반화되어있던 시절이었다.
불같이 화를 내며 던지는 통에,
재떨이가 벽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난다.
유리 재떨이 깨지는 소리,
부장님 고함치는 소리가 섞이면 살벌함은 몇 배로 늘어난다.
주로 과장님들이 많이 혼났는데,
직접 혼나지 않는 일반 직원들은 고개를 들기 힘들 지경이었다.
매일 살얼음판이었다.
하루는 제일 먼저 출근해 사무실 청소를 해야 하는 막내(나)가 꾀를 내었다.
유리 재떨이가 벽에 부딪혀 깨지면 결국 누군가 치워야 하니까,
깨지지 않고 부장님이 원하시는 분위기 조성에도 좋은 쇠로 된 재떨이를,
쓰레기통도 양철통으로 살짝 바꾸어 놓았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부장님도 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런 부장님도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짜장면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화를 내기 직전에 부장님께 가서 점심에 짜장면이 어떠냐고 물으면
돌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는 것이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미 화내기 시작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물으면 부장님은 짜장면에 관한 이야기만 30분 이상 말한다.
간짜장과 일반 짜장의 차이점, 유니짜장이 어떻고 삼선짜장이 어떻고, 어느 집 짜장이 맛있고,
비법이 어떻고...
세상에 있는 모든 짜장면에 대해 모르는 게 없으시다.
이러는 동안 몇몇은 위기를 탈출하고 시간은 흘러 출장을 나가면 된다.
그러나 짜장면 이야기를 꺼낸 사람(나)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폭탄이 터지지 않게 조마조마하면서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간짜장보다 일반 짜장면을 좋아하는 부장님 식성에 맞춰 짜장면 곱빼기를 먹어야 한다.
탤런트처럼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면서.
상대의 연기가 마음에 들기라도 하시면 온종일 따라다니기도 하고,
아차 잘못하면 저녁까지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
한번은 부장님 댁에 간 적이 있는데 손수 짜장면을 만들어주셨다. 아~~ 이런...
‘어어? 제법 맛있다? 뭐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겨운 추억이다.
아~~~주 가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혹시, 중국 요리 집을 하고 계실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