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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란 놈

by 신화창조

이놈이 있는 풍경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 않았나 보다.

가끔 옛 선비들의 일기를 찾아보곤 하는데 그 풍경이 현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과음, 강권, 숙취, 실수, 수치, 질병 등등 술과 연관된 단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흔히 등장한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술은 공인된 마약과 같은 것이라서 뇌 신경을 마비시켜 슬픔과 좌절 등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하고 흥분 계수를 높여서 지나치게 흥겨워하기도 한다. 마약이라는 것이 그런 거다.


없던 우정과 애정이 생겨나고 생뚱맞은 의리를 부추긴다. 용기, 객기와 호연지기로 거리가 시끄럽다.

축제가 끝나고 밀려오는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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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취하듯 세월 불문, 시절 불문, 찾아온 술. 문제는 술의 해악은 다이렉트라는 것이다. 어쩌면 목숨까지 아주 쉽게 빼앗아가는 술. 간장, 신장, 췌장, 대장 바로 작용하는 술. 술 마시고 덜컥 죽어버린 아까운 사람들. 알코올성 급성 우울증이라던가 뭐라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에 매료되어 인간은 많이도 술을 미화해 왔다. 술 마시고 감정이 이완되어 수많은 명시를 남긴 酒仙 이태백을 비롯하여 많은 시인, 문학가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으리라.


나 역시 젊은 시절 누구 못지않은 酒黨의 한 사람이었다. 술 마시고 쏟아 내놓은 많은 피해 사례, 실수들을 어찌 다 나열하랴. 천만다행으로 술에 의지한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 안도할 뿐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시고 죽는 술의 양은 일정하다. 물론 개인의 차는 있겠으나 몸과 정신이 견딜 수 있는 양. 초년에 몽땅 들어붓고 죽어버리는 수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을 참 많이도 봤다.

술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조금씩 나눠마시라고 권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마약이 어디 의지를 허용해야 말이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용량이 거의 차지 않았나 싶다. 술을 잘못 배워서 술자리에서 잔을 거절할 줄 모른다. 술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고 열심히 요령을 배우고 있다.


그렇지. 살고 싶다면.

안녕할 줄도 알아야겠지. 내 오랜 친구! 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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