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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창조 Dec 18. 2024

훈련소 내 짝꿍 영수

훈련소 내 짝꿍 영수.    

 

 훈련소 4주 동안 내 왼쪽에서 생활했던 동기다즐거웠다면 즐거웠고 힘들었다면 힘들었을 4주간을 함께 뛰고먹고잠잤던 영수세월이 너무 흘러 지금은 얼굴조차 잘 생각나지 않지만추억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영수이 친구는 시쳇말로 엄청난 고문관이었다거의 모든 훈련 종목마다 나머지 공부를 해야 마칠 수 있었고얘 때문에 단체 기합도 많이 받았다우리는 그 녀석 팔다리가 고무로 만들어진 줄 알았다꿈 뜨고버벅대고못 외우고……우리 동기는 모두 그 아이의 보호자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 애를 원망하지 않았다군대서 그토록 강조하는 전우애가 발동했을 수도 있지만민폐 동기임과 동시에 천성적으로 얼마나 착한지기술이 필요 없는 험한 일은 독박 쓰고 다하는 아이였다더럽고 힘들고 번거로운 일은 언제나 제가 할게요한다뜨거운 국 배식만 해도 그렇다. 8월 삼복더위에 이거 쉽지 않다그런데 언제나 웃으며 혼자 한다(항상 나중에 국이 모자라 그렇지). 만약 정보가 없었더라면 딱 어디 두메산골에서 나무나 해서 먹고사는 무지렁이 같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수는 정말 대단한 재원이었다우리 기수 속에는 카투사 병 선발 시험에 합격해서게다가 상위 100명에 속해한미연합사국방부육군본부 등 최상위급 부대에 갈 번역 병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영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걔들의 학벌은 실로 엄청났다거의 서울대연대고대였다     


 영수도 연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다가 입대했단다영어는 특기병이니까 당연히 잘하겠지만(들어볼 기회는 없었다훈련장을 기는 우리가 영어를 들을 일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심지어 다른 외국어도 좀 한단다그것도 독학으로 익혔단다매일 취침 전에 속삭이듯 나에게 스페인어 한마디씩 가르쳐 주기도 했다덕분에 난 지금도 스페인어 인사말은 조금 외우고 있다그 녀석 어리바리한 걸 봐서 지금도 공부 잘하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매사 긍정적이고 착한 영수

국 바가지 들고 쩔쩔매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너는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니보고 싶다영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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