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목이 마르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정신이 혼미하다. 여기저기가 쑤시다.
덜컥 쓰러졌다.
감기약을 한입에 털어 넣고 자리보전하고 누워버렸다.
오늘은 아지트에도 못나갔다.
열이 없고 냄새를 잘 맡는 걸 보아 코로나는 아닌 듯했다.
이렇게 아파 본 지 실로 오랜만이었다.
지난 1년은 용케도 잘 피해 다녔는데 이번엔 꼬리를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
그래도 입은 살아 있어 밥 한 공기를 뚝딱했다.
속이 허했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입맛마저 떨어져 이참에 살이라도 빠지면 좋으련만,
먹어도 먹어도 내 속은 채워지지 않았다.
야 속 하 다.
젊은 날에는 땀에 흠뻑 젖도록 뛰어다니면 바로 좋아졌는데 이젠 안 되겠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아, 세월이여!
보일러 온도를 올려놓고,
옷을 잔뜩 껴입고,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온종일 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까운 내 시간.
내일은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