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간다.
금년도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다.
세월은 나와 상관없이 무심히 흘러간다.
딱히 아쉬울 것은 없다.
이 도도한 우주의 섭리를 어찌 말리겠는가.
늙음도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벌써!’를 외칠 만큼 많이도 와 버렸다.
살면서, 삶을 상대로 수많은 거래를 해 봤지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만큼 남는 장사는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썼고,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와 사귀게 되었으며,
하루 안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일에는 일생이 걸렸다.'
우리는 좋든 싫든 많은 사람을 기억한다.
스치는 순간도, 채 머리를 흔들 만큼 잠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매일매일 꿈속에라도 보고 싶은 아름다운 인연도 지나갔다.
변함없이 타인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훌륭하고 보장된 투자는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얼마를 더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걸 결정할 권한은 처음부터 내게 없었다.
신이 세상에 나를 내려 보낼 때,
정해진 시간만 반듯하게 살고 오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짧은 생각에,
좋은 기억을 가득 안고 돌아가는 것만이 정답에 가까운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인생,
더 잘 웃고,
더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고,
포근한 인연을 많이 맺어서,
타인의 가슴에 오랫동안 따뜻하게 남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