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후배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후배는 S 군이다.
이 친구는 내가 입사하고 3년쯤 뒤에 입사했다.
서울의 이름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첫인상부터 무척 샤프해 보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같은 사무실에 있거나 타부서에 있거나 심지어 회사를 달리하고 있어도,
20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등, 왕대포 말술인 나와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친구인데 무슨 연유로 인연이 이렇게 오래 가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모르겠다.
역시 인생이란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굳이 이유를 억지로 만들어 본다면 가식 없고 진실한 사람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고나 할까.
둘 다 기름이 둥둥 뜨는 걸 눈 뜨고 못 본다.
어쨌든 40년 가까이 깔끔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다.
거슬리면 거슬린다고 대번에 말하고 거리낌 없이 의견을 말하는 그런 태도가 나는 좋다.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런 면을 싫어해서 그에게는 적이 많았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힘이 미치는 데까지 변호해주고 감싸주는 일뿐이었다.
그는 명석한 친구다.
회사에 비즈니스 컴퓨터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그보다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 다 그에게 의지했고 나 역시 그에게 배웠다.
그때가 1990년대 말이었다.
직접 집까지 찾아와 컴퓨터를 조립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밤이고 휴일이고 기꺼이 방문해 해결해 주었다.
그런 후배가 또 어디 있겠나.
그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서로 궁리하고 의지해 해결했다.
살면서 서로에게 섭섭하고 언짢은 일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사과했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관계를 복원했다.
비록 3년 선배지만 한 번도 그를 권위로 대한 적이 없었다. 그럴만한 일도 없었다.
그랬다.
그와 나의 아이디어가 합쳐지면 못 이룰 일이 없었다.
첫 직장에서의 모든 성과의 7할은 그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 친구와 나는 영업부서에서 시작해서 기획부서 임원을 마지막으로 회사 생활을 마쳤다는 점에서는 같았으나 그 친구는 현장 경험이 짧았고 나는 길었다. 대신 기획 일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프로패셔날한 친구였다.
지금은 강남 한가운데서 삼계탕 맛집을 한다. 늘 손님으로 미어터진단다.
좌충우돌, 사회성 빵점, 오로지 실력으로만 이사까지 간 친구가 맛집 사장이라니 이것도 불가사의다.
아무튼, 잘 되니까 좋다.
가끔 브레이킹 타임이 되면 내 아지트로 찾아와 이것저것 간섭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렇게 한 구십까지 함께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