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치카 이야기
기온이 급강하했다. 한낮이 되어도 영하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바람 불고 추워지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다.
내가 아주아주 아기 졸병 때 이야기. 강원도 산골짝 병영 이야기.
당시 난방 방식은 페치카였다.
밖에서 석탄 가루에 물과 진흙을 섞은 후 개여 때는 방식이다.
그래서 불이라는 걸 우리가 손에 쥘 수 있었다.
내무반에 불이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
노란 작대기 하나를 달고 야간 보초를 다녀온 어느 날,
모두가 잠든 내무반 가운데 페치카 주위에 5, 6명의 고참 병사들 둥글게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막 훈련소를 나온 졸병의 눈에는 무척 생경한 모습이었다.
붉고 어두운 취침 등 아래, 웃음소리도 죽여가며 뭔가를 안주 삼아 작은 회식을 하고 있었다.
군장을 풀고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계속되는 고된 일과와 근무로 인해 보통은 3초 내 곯아떨어지지만,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무슨 안주인지 냄새가 너무 좋았다.
고깃국 같았다. 한번 먹어보라고 하면 좋겠는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군대서 삼시 세끼 다 먹여준다지만 아기 병사는 늘 배가 고팠다.
‘아, 고참들은 좋겠다…. 아.. 배고파..’
한 고참이 가까이 와서 살짝 속삭였다.
“너도 고참되면 이렇게 해.”
억지로 잠을 청해 들었다.
‘고기 한 점만 먹었으면 정말 좋겠네….
다음날이었다. 부대에 난리가 났다.
대대장이 관사에서 기르던 토끼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본부 내무반 병사들을 총동원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라진 토끼는 찾을 수 없었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결국 산으로 도망간 것으로 어렵사리 종료되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고참들은 분명 산토끼를 잡아 맛있게 잡수셨던 것이고, 관사 토끼는 자유를 찾아 산으로 도망간 것이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