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그 날 밤 이야기

by 신화창조
눈산.jpg

페치카 당번, 즉 추운 겨울 내무반의 난방을 담당하는 병사를 말한다.

가루탄을 날라다 곱고 마른 진흙을 물로 이겨 덩어리로 만들어 불을 붙이는 일이 임무다.

추운 날 홀로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몰골은 광부와 같다.


오로지 내무반을 따듯하게만 해주면 된다. 힘들어도 능숙할 수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불이 꺼지지 않고 잘 타 주기만 하면 된다.


이등병 시절, 처음으로 페치카를 맡았다. 매우 추운 겨울이었다. 페치카 당번은 밖에만 지낸다. 광부 같은 몰골로는 내무반엔 들어갈 수 없다. 불 앞에서 쪼그려 자야 한다. 그러나 위험하다. 연탄가스, 일산화탄소 중독 때문이다.


모두가 잠든 후 살짝 내무반에 들어가 구석에서 몰래 자야 한다. 시커멓고 더러우니까.

물론 다른 병사가 일어나기 1시간 전에 일어나 나와야 한다.

그래도 점호, 근무, 훈련, 전부 면제되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니다. 능숙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좋은 보직이다. 자유스러우니까.

불 대장이니까 라면도 끓여 먹을 수 있어서 늘 배도 부르다.

몰래 배고픈 병사의 소원도 들어줄 수 있다.

불만 꺼뜨리지 않으면 고참들도 잘해준다.

고생한다고 라면 위문품도 많이 준다. 불만 꺼뜨리지 않으면 꿀 보직이다.


그런데...

당번을 처음 맡고 두 번째 날인가.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밤이었다.

새벽에 불을 꺼뜨리고 말았다. 하늘이 노랬다.

옆 중대 내무반에 가 사정사정해서 불씨를 얻어와 탄을 얹어봤지만 바로바로 꺼진다.

불을 살리지 않으면 내무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모두 얼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들이 얼어 죽기 전에 내가 먼저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


불씨를 살리려면 밑불을 할 나무가 있어야 했다.

산을 쳐다봤다.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막막했다.


내무반에 들어가 몰래 동기들을 깨웠다.

새벽 두 시가 넘었다. 이미 내 얼굴은 눈물 반, 콧물 반 범벅이었다.

동기 선임, 희걸이의 지휘로 우리 동기 다섯은 온산을 헤맸다. 톱, 도끼를 하나씩 들고.

아까운 잠을 날렸지만 인상하나 쓰는 녀석이 없었다.


“불을 살리자, 불을 살리자...”


수북이 모아 놓은 나무는 축축이 젖어 있었다. 이대로 태우다가는 온 내무반이 연기로 가득 찰 것이다. 페치카 밖에서 불씨를 만들어 옮겨야 했다. 말리고 태우고 옮기고...


악전고투. 새벽 네 시가 지나간다. 기상 시간까지 두 시간 남았다.

하느님 보우하사 기적적으로 빨갛게 불이 올라왔다.

다섯 시가 되어서야 겨우 동기들을 내무반으로 돌려 보낼 수 있었다.


불이 살아났다...


아침 여섯 시. 기상 시간이다.

“아, 따듯하게 잘 잤다! 어이! 빼당! 잘 잤다! 수고했어!”


아침 점호 나가는 고참들이 칭찬을 해 줬다.

뒤 따라 가던 동기들이 내게 단체 윙크를 보냈다.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내무반.jpg


매거진의 이전글토끼 고기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