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먹거리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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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감각을 자극하는, 누구나 인정하는 맛있는 먹거리 외에도 추억으로 길들여진 먹거리가 있다. 나 외에 다른 이가 저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비웃을지라도 나는 추억으로 먹는 음식.


나만의 추억의 먹거리로 ‘배추 뿌리’가 있다.

60년대였나. 아주 조그마했던 어린 시절, 전기도 안 들어오고 구멍가게 하나 없는 동네에서 살던 시절, 하루종일 뛰어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수확이 끝난 배추밭을 파헤치고 ‘배추 뿌리’를 캐먹곤 했다. 지금은 아무도 먹지 않는 것이지만 그 땐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흙 묻은 그것을 바지에 쓱쓱 닦아 한 입 베어 물면 아…….

함께 콧물도 먹었다.


지금도 김장할 때 ‘그것’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나 이외엔 아무도 먹지 않는 그것을 오직 나만 먹는다. 맛있게……. 너무 궁상맞나?


콩잎 김치도 마찬가지다. 가끔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누구는 말한다. 낙엽에 양념 발라놓은 게 뭐 맛있냐고.

하지만 김장철이 되면 온 시장 바닥을 샅샅이 뒤져서라도‘그것’을 구해와 김치와 함께 꼭 담그게 한다. 손이 많이 간다고 아내가 툴툴거리거나 말거나 매년 졸라서 먹고야 만다.


이런 추억의 먹거리가 있다는 것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다. 가난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난한 시절이 없었더라면 나만의 먹거리도 없을 테니까.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 자란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어떤 음식을 추억으로 삼을까. 아빠의 추억이 부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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