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3 사무소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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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관리자로서 나는 당연히 아는 게 없었다.

조만간 관리자가 되리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나, 조바심은 들지 않았다.


매사가 너무 재미있었고, 막연하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터무니없게도 다른 사람들의 조언은 별로 참고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싶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철학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인생이란, 모범 답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방식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올바른 관리자가 되고 싶었다. 기성세대를 흉내 내서 요령이나 술수로 명줄을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부하이자 동생인 두 친구도 생각이 비슷했다.


“진심으로 일하자.” “즐겁게 생활하자.” “의리와 인정이 넘치는 팀을 만들자.”


셋은 이런 모토를 바로 실천했다. “형!”“야!” 하면서.

회사 내에서는 서로를 직급으로 불러야 하는데 틈만 나면 형, 아우를 남발하다 본부장에게 끌려가서 혼이 나기도 했다.


신설 팀인 만큼 첫 달 실적은 초라했다. 기존 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래도 우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곧 따라잡을 것 같은 그야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살았다는 말이 정직한 표현일 정도로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다.

우리는 하루에 출퇴근을 두 번 했다. 오전에 출장을 나갔다가 저녁에 귀사해 잠깐 내근을 하고, 밤이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이런 생활을 셋 중 누구도 고달파하지 않았다. 출근이 즐거웠다. 일하는 게 재미있었고 월말에 확인하는 성장이 짜릿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팀들의 숫자를 따라잡았다. 셋이 다 모여있을 때, 사무실은 매우 시끄러웠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원래 종합병원 부서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침묵의 부서였는데 우리 세 천둥벌거숭이가 단박에 분위기를 바꾸어 버렸다.


“야! 병원 3 사무소, 좀 조용히 안 할래!”


윗사람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꾸중도 그리 길지는 않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봐주는 분위기였다.

일을 잘하니까 뭐.


“원래, 영업은 시끄러워야 잘 되는 겁니다! ㅎㅎ”

매일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심지어 노는 날도, 죽자고 병원을 누비는데.

좀 시끄러우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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