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래된 벗이 나를 보러 찾아왔다.
40년을 훨씬 넘게 알고 지내온 친구.
긴 세월이 지났다.
지난날, 각자가 젊음을 소비하느라 자주 볼 수 없었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 더는 소비할 청춘도 남아 있지 않으니.
고향 집 찾듯 옛벗을 찾아온 것이다.
반갑고 기쁜 마음에 도파민이 솟고 가슴이 뛰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끝없는 수다를 떨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맑고 순수한 느낌이었다. 거의 세 시간을 떠들다가 늦은 점심을 같이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만나지 못했던 세월 동안 우리가 어떤 생을 살았든 간에,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서 보니
몸은 비록 늙었지만, 천상 40년 전 그때 그 사람들이더라.
벗이여.
청춘은, 젊음은 갔네. 섭섭해할 시간마저도 지나갔다네.
그렇지만 벗이여. 우리에겐 그런 것들에 못지않은 연륜이 생겼다네.
연륜은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따라 또다시 새 옷을 갈아입을 기회를 주었다네.
황혼이 지고 밤이 되면 낮에는 볼 수 없었던 별들로 하늘이 눈부시지.
다시 별이 지더라도 우리가 뿌려놓은 아름다운 것들이 거름이 되어 만물을 키운다네.
세월을 한탄하지 말게나. 늦은 시간이란 건 없다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사기 史記’를 완성했고, 여든의 소포클레스는 불후의 명작 오디푸스를 썼다네.
연륜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지.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태도라네.
지하철역 앞에서 자네를 배웅하며 벌써 다음 만날 날의 기대로 가슴이 설레네.
이보게, 친구. 우리 멋지게 늙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