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큰 회사 오너 이야기다.
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 열심히 해 서울 유수의 대학에 진학했고 고학으로 어렵사리 학교를 마치고 작은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가내수공업 수준의 회사였으나 부지런한 근면성과 몸에 밴 절약 정신으로 기업을 착실하게 성장시켰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그의 회사를 내실 있고 탄탄한 회사로 만들었다. 엄청나게 큰 회사는 아니더라도 동종업계의 누구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그의 나이 마흔이 지났을 때, 더불어 그도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 부자가 된 후에도 함부로 돈을 쓰지 않았다. 점심은 늘 자장면이나 해장국으로 때웠고 그가 주도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소주에 삼겹살, 순댓국이 고작이었다. 큰 모험을 모르는 그의 스타일은 좀처럼 변할 줄 몰랐다. 그는 조금씩, 지속해서 성장하는 회사를 지향했다.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안전한 방식이었다.
여윳돈이라도 생기면 부동산을 사 모았다. 회사의 규모에 비해 작지만, 사옥도 마련했다. 이대로 라면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 앞에 놓여 있는 듯했다.
그는 냉정한 경영자였다. 부자가 된 후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속이지 못했다. 가난했던 시절의 경험과 자기가 만든 회사를 자기 목숨처럼 여기는 마음이 그를 철옹성으로 만든 것이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은 그를 행해 장사꾼이네, 수전노네, 냉혈한이네 비웃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큰 회사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직원들은 그의 안정성에 안심하고 그를 따랐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이미 부자가 된 후에 태어나 아버지와 달리 어려움을 모르고 성장한 아들들은 비교적 잘 자랐다. 장남은 대학교수가 되었고 차남은 치과 의사가 되었다.
그들은 이른바 금수저였다.
그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의 아들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뻔한 이야기는 생략하자.
상무로 들어온 그의 작은 아들은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식 논리를 펼치는 금수저였다. 똑똑하고 건실하긴 했지만, 현실을 너무 몰랐다. 아들은 아버지와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에 무리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무리수에 저항한 능력 있는 아버지의 임직원들이 잘려나갔다.
그것도 믿었던 아버지의 손에 의해서.
아버지는 눈멀고 귀가 먹었다.
불과 1, 2년 사이에 아들은 사장이 되었고 분탕질이 이어졌다.
그 후, 10여 년, 회사는 큰 회사에 인수합병 되었다.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사태의 근본 책임은 아들보다 그에게 있다. 아들의 모든 결정은 그의 승인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아들이야 세상 물정을 몰랐다 하더라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철옹성 같았던 그가 이리 허무하게 무너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자신이 아닌 자식이나 가족, 가까운 사람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식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오죽하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까지 있을까.
어디 그 사람뿐일까. 다들 가슴 속에 꼭꼭 숨겨 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이런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다른 사람은 다 이겨 먹었는데 자식을 못 이겨 낭패를 당한 경험 말이다.
언제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계에서 한발 물러나 담담하고 중립적 사고가 필요하다.
명심하라.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