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닫읍시다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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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몸을 움직이려 애를 쓴다.

햇볕을 좀 쪼여서 부족한 멜라토닌을 보충하고 기분 전환도 할 겸 될 수 있으면 야외에서 삼십 분 이상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


이제 美壽다.

오래 살 ‘수’ 자가 들어가 썩 유쾌하지는 않다. 늙었다는 자백이다.

바야흐로 보건복지부 기준 노인이 되어버렸다. 또래들 눈치를 보면 자존심이 있어서 드러내놓고 말들은 안 하지만 여기저기 고장도 나고 그러나 보다. 별수 있겠나. 실컷 굴려 먹었으면 관리를 해야지.

사람 몸이나 기계나 영원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스스로 돌보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바둑에 오래 몰두해 있으면 그렇게 싫어하던, 같이 사는 딸아이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빠, 바둑 열심히 둬!”

짐 되니까 치매 걸리지 말라는 얘기다. “쳇…….”




오늘 점심때, 이야기다.

아지트에서 점심을 가볍게 먹고 길을 나섰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좋고 날씨도 따듯하니 좀 돌아다닐까 해서.


막 6층 계단을 내려설 찰나, 뭔가가 내 머리를 치며 날아다닌다.

“깜짝이야.”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까 비둘기였다. 어느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긴 했나 본데 나갈 출입구를 못 찾아 혼이 나가버린 것 같다. 잡아서 내보내 줄려고 해도 여간해서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당황해 벽과 창에 부딪히고 난리 불루스다. 저러다 죽겠다 싶었다. 그래서 잡는 건 포기하고 일단 열리는 창문을 몇 개 개방해놓고 진정도 시킬 겸 난 밖으로 나왔다.


산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둘기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순전히 내 책임인 것 같았다.

‘다시 가 보자.’

울레줄레 대충 산책을 정리하고 서둘러 6층 계단으로 돌아갔다.

‘제발 가버리고 없어라.’ 하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녀석은 넋을 잃고 계단 난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체포를 시도했다. 잡히질 않는다. 오히려 더 야단이다.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빽빽 소리를 지르고…….


체포를 포기하고 모든 창문을 개방했다. 열리는 창문이 별로 없다. 손으로 녹을 닦아내고 몇 개의 창을 더 열었다.

그래도 안 되면 관리인이라도 불러야 할까, 잠시 망설이던 순간,

아아, 나갔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대로 창가에 서서 동료들과 푸른 하늘을 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창을 닫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다행이다. 이제 나도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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