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를 키운 사랑
전기도, 라디오도 없는 1960년대 초반 산촌에서는 해만 지면 잔다. 그러니 해도 뜨기 전에 잠을 깰 수밖에. 그 날도 칠흑 같은 어둠에 눈이 떠져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살 먹은 나, 다섯 살 먹은 누나. 그 어두운 와중에도 누나의 주도로 소꿉놀이를 했었다. 옛 상평통보를 밥으로 삼아. 그런데 두 살은 그걸 진짜 먹어버렸다.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뻔한 이야기니까 생략.
소동이 벌어지고 어른들이 깨고 어머니는 사색이 되어 아이를 둘러업고 몇 리 떨어진 읍내 의원으로 가려고 초가집 방문을 열었다. 순간 아이는 어머니 등에 토를 했고, 방바닥에서는 엽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하얀 세상,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 본 눈이었다. 유일한 세 살 이전의 기억이기도 하고. 아주 하얀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처음 본 눈은 어머니의 사랑을 닮았다. 그 사랑은 하얗고 순수한 기억처럼, 늘 나를 감싸주었다. 어머니는 나의 첫 번째 멘토이자,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어머니는 나만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네 사람의 어머니다. 누나, 동생들, 그들에게도 어머니는 나만큼,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나만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에게 어머니는 단순히 생명만을 준 존재가 아니었다. 나를 키우고, 나의 세상을 만들어준, 내 모든 것의 기초였다.
어머니는 나를 63년 전에 두 번째이자 첫 번째 아들로 낳으셨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외아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3대 독자라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태어났다. 그 당시, 어머니는 외며느리로서 내가 외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가족의 기대 속에서 나를 낳으셨다. 그 후, 여동생과 남동생이 태어나면서 내가 그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어머니의 보살핌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내가 유난히 허약했던 탓에 어머니는 더 각별히 나를 보살펴주셨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길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랑은 단순한 보살핌을 넘어, 내 삶의 중심이 되어주었다. 나는 늘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고, 그 사랑을 기억하며 성장했다. 어머니는 나의 가장 큰 멘토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세상의 사랑을 가르쳐주셨고, 그 사랑이 결국 나를 이끌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 지금 나는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돌아보며 그 사랑을 이어가고자 한다. 어머니는 나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이자, 나의 모든 기초가 되어준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