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확 풀렸다.
봄의 문턱에 서서(立春)
눈 녹아 빗물이 되는 날(雨水) 사이.
매일 영하 몇 도를 오르내리더니
오늘은 영상 기온으로 겉옷을 벗긴다.
새로운 숨을 쉰다.
살아있어서 좋은 날.
그렇다!
이맘때는
봄 병 정도는 앓아주어야 한다.
雨水에 겨울눈 녹아
경칩(驚蟄)에 잠을 깬 개구리가 인기척에 놀라 숨는다고 했던가.
바야흐로 죽은 듯 숨죽이던
만물이 다시 살아나는 역동적인 봄이 된 것이다.
한동안 내 이웃들은
긴 봄 앓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제 곧
쇠락한 바람을 밀치고 돌아온 자리에서
파랗고 노란 싹들이 머리를 내밀고 살아있음을 알릴 것이다.
경칩이 지나면
오늘부터 스무날 쯤 지나면
옛 소녀의 발자취 사라진
언덕으로 나가
냉이, 씀바귀, 달래, 미나리 등 봄나물을 캐 올 것이다.
봄이 왔다!
가슴 벅찬 봄날이 바로 내 앞에
다가와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