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해. 아기도 안 낳아.

일곱 살 아이의 육아 시점

by 로맨티킴

"나는 결혼 안 할 거야. 아기도 안 낳을 거야!"


너무 단호하게 말해서 놀라지도 못했다. 발음을 잘 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봤다. " 어. 나 아가 안 낳을 거고, 결혼 안 할 거야"


그리고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결혼하면 육아가 힘들다고 한다. 육아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벌써 비혼을 선언하는 딸은 이제 일곱 살이다.


평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점에서 일곱 살 아이가 생각하는 결혼은 부정적일까? 아이를 낳기 전, 우리 부부의 삶을 보며 ' 나도 결혼해야겠다' 고 결심했던 친구들이 더러 있었는데. 내 아이에게서 결혼도 안 하고, 아기도 안 낳는다는 말을 들으니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얼마 전 엄마들이 우리 식당에 모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아빠인 내 육아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정보를 얻는다. "우리 또래와 틀리게 젊은 부부는 아이들을 놓아서 길러" 오늘도 역시 엄마들의 주제는 같다. 우리 애랑 같은 또래인 아이 엄마가 말한다. "젊은 그들과 우리랑은 정말 틀려. 그냥 우리 어릴 때처럼 놓아서 기른다. 집에도 혼자 있으라고 하고, 놀이터에 노는 것도 동생이랑 놀라고 해. 엄마는 좋은 말로 자유롭게 키우는 것인데 내가 볼 때 완전 방치 같아."


내가 생각해도 우리 어릴 땐 놓아기른 게 아닌데. 마을 엄마들이 누구네 집 아들 하며 아는 집들이라 서로서로 아이를 돌 봐준 것인데. 방치하곤 다른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노는 아이랑은 다른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꼭꼭 감싸고 있어서 젊은 친구들의 아이는 혼자 노는 게 아닐까. 우리 애들에게도 " 나가 놀아라"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밖은 위험하다고. 어떤 이유에서 그들의 아이가 혼자 놀 게 되었는지 몰라도 그 육아법이 틀린 게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너무 감싸 안았고. 세대가 달라진 젊은 친구들은 그 틀을 깨고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방치라고 표현하며 육아 방법이 틀리다고 말하는 우리는 어쩌면 부러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린 왜 저러지 못하지. 엄마, 아빠가 없어도 아이들 소리를 듣고 자기들끼리 놀러 나가는 모습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늘 틀 안에 가둬 놓고 쉬는 날이면 24시간 함께 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부모와 출근과 퇴근을 함께 하는 딸은 내 삶도 이럴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24시간 돌 봐야 한다는 힘듦을 부모에게서 본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일 하는 시간까지 아이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놓아서 기른다는 말이 깨닫게 했다. 아이는 알을 깨고 나왔는데 우린 아직도 품고 있는 것이다. 집 앞 편의점조차도 보내지 못하는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어릴 때 놀이터는 우리끼리만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 노는 걸 지켜보는 부모가 더 많다. 어린 난 놀 때는 자유로웠는데 내 아이는 언제나 지켜보는 눈이 있다.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눈, 부모의 눈 때문에 난 결혼도 안 할 거고, 아이도 안 낳고 따라다니는 눈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나 보다.


'밖은 조심해야 해. 혼자 다니면 안 된다'며 지금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난 과연 놀이터에 아이들끼리 놀라고 할 수 있을까?

난 편의점에 아이들끼리 보낼 수 있을까?



배경사진: 딸 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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