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야 안녕! 고마워!

너에게 인사한다.

by 로맨티킴

"가게를 팔아야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이만저만 힘든 게 많다며 아내는 아침부터 퉁명 부린다. 가게를 당장 판다고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장사가 안 되는 게 꼭 코로나 문제겠냐고 매출 부진 원인을 넓게 열어보자고 말했다. 딱히 해결점과 원인을 찾지 못하고. 얼마에 팔아야 할까. 어느 정도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까. 식당 매매 쪽으로 이야기가 다시 치우처졌다.


11시. 당장 해야 할 것을 잊은 채 현실을 부정하는 이야기로 시간을 소비했다. 첫 손님을 받고서야 점심 장사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부랴부랴 야채 썰고, 계란찜 만들며 주문을 빼니 몸은 고달프고 정신은 없어졌다. 첫 손님이 마수를 빠르게 끊어서일까? 손님들이 밀물 탄 듯 들어온다. 보통 입장하는 시간보다 30분 빨라졌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중 무엇이 먼저인지 고달파하는 나 자신에게 다시 상기시켰다. 앞치마를 찼을 땐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우선 내가 해야 할 게 뭔지 늘 생각하라고 말했는데, 쓸데없는 가십거리에 정신을 뺏겨 이 사달이 났다며 질책을 해댔다.


'바보야, 몸이 고생하는 거야.' 할 일을 제때 안 하면 정말 고생이 심해진다.


준비되지 않은 채 손님맞이였지만 한바탕 전쟁이 고마웠다. 정신없이 지나간 점심이 얼마 만이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가게가 들었나 봐" 가게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고 말한다. "뭐라는 겨?" 왜 엉뚱한 소리냐고 했더니 이 놈이 우리에게 말한 거란다. 들을 수 없으니 보여줬단다. 평소보다 빨리 손님들이 몰쳐 왔고, 내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단다. " 내 손님은 뭔데?" 물었더니 '팬'이라고 으쓱한다. 코로나 때문에 이 집에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일부러 왔다고 말해줬단다. 손님이 많아서 다행이라며 덕담까지 해 주고 가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는다. 그럼 손님이 빨리 온 건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란 것이었나.


'내 손님'이란 말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방문자 명부를 확인했다. 경기와 익산 지역 방문자를 보고 "그럼 이 지역 사람들도 당신 보러 왔어?" 아닐 거라는 확신으로 물어봤다. "어, 경기도는 딸이랑 왔고, 군산, 익산에서도 많이 와."아침의 우울했던 표정은 온데 간데없고 당당하고 여유 있게 대답을 한다.


뭐지. 정말로 우리 이야기를 들었나. 아직은 여기 가게. 식당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 같다. 우린 영업을 할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웬 걱정이냐며 달래준 건가. 오랜만에 온 단골 팬들이 대신 메시지를 건네줬나 보다. "잘 있었냐? 걱정이 돼서 왔다'며 오늘 일부러 찾아 준 손님들을 보며 물질 속에 생각이 깃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인간은 생각으로 어떤 것들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무형 물질에 자신의 생각을 각인함으로써 생각한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월러스 워털스의 <<부자가 되는 생각의 법칙>>책에 나온다. 가게가 오랜만에 깊은 숨을 들이 마신 게 느껴진다. 출근하면 잘 났냐고, 퇴근할 땐 푹 쉬라고 인사를 했었다. 매출이 부진하고 어려워진 환경에서도 인사를 했고 오늘 하루도 파이팅하자고 늘 가상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가게에 인격을 부여한 행동이 웃기다고 했던 친구들도 우리 식당에 찾아올 때면 인사를 잊지 않는다. "잘 있었어. 아픈 덴 없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으며 걱정도 해준다. 아내랑 난 식당을 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아프지 않고 돈 많이 벌게 도와주라고 우리 생각을 말한 게 어떤 식으로든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놀랍다.


만물의 근원은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 근본 물질에 각인된 생각은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가게를 사랑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하는 게 느껴져야 응답하고 정이 쌓여가는 게 아닐까. 내가 있는 곳은 여기인데 엉뚱한 곳에 관심이 가면 단번에 알아본다. 집중하지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든 신호를 보낸다. 보일러가 고장 나던가, 수도가 터지던지, 화장실에 문제가 생긴다.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신호를 준다.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큰 문제가 온다.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요즘 소홀했던가? 힘들다고 징징대고 딴 데 마음이 간 게 아니었나 평소의 삶을 점검했다. <성공 혹은 뛰어난 이론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랜 기간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김승호 회장은 돈의 속성에서 말하고 있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의 맘을 모른다는 것은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음식장사 30년을 해도 배울 게 많다는데 얼마나 했다고 벌써 좌절하고 가게를 판다며 서운한 소리를 했을까. 미안하다. 생각해보니 요즘 다정히 '잘 잤니. 고생했어.' 따뜻하게 인사하지 못했다. 나도 잘하는 건 있다. 인사다. 당장 서운한 맘이 풀리게 인사도 하고 자주 말 걸어줘야겠다. 인사만 잘해도 관계는 쉽게 풀린다고 했다.


안녕.

즐겁게 대답해주는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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