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화선 Dec 10. 2020

웃는 남자의 매력

자신을 사랑한 사람의 웃음



"18번 교육생 나옵니다. 지금 장난합니까?"


유격 훈련 중 특별관리를 받았다. 무엇 때문에 몇백 명 중 나는 지목당하는 영광을 받았을까? 웃는 얼굴이었다. 흔히 웃상이라고 말한다. 웃상이 인관계에선 편한 사이로 만들어 주지만 군대라는 특별한 곳에선 불필요한 요소다.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장난합니까?" 연이어 집중 공격을 받고 특별관리 대상이 된 건 단순히 웃는 얼굴 때문이라니. 억울했다. "웃지 않았습니다" 대답했지만 이미 조교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열외 합니다" 열외는 두 가지다. 훈련을 잘 받는 교육생과 아닌 교육생. 후자로 열외당한 난 유격동안 찍혀서 계속 열외당했고 특별관리 교육생이 되었다. 웃음이 꼭 좋지 않음을 절실히 깨달은 훈련이었다.


웃상의 얼굴은 유격의 충격으로 가면을 쓰게 만들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눈웃음은 이란성쌍둥이처럼 다른 듯 같은 마법의 가면 속에 숨겼다. 남자에겐 쫙 째진 눈이 되고, 여자들에게는 눈웃음이 되는 건 본능이 되었다. 남자에게 웃으면 열외당한다는 트라우마가 가면 놀이를 하게 만들었다.


이십 대 중반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서관에 공부하러 다녔다. 어느 날 편지를 받았다. 눈웃음치고 다니지 않았는데 누가 내게 편지를 줬을까 설레었다. 투박한 남자 글씨를 보고 실망했다. 남자에게 편지를 받는 건 열외 당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형의 매력은 잘 웃어준다는 거예요. 우리 그래서 친해졌잖아요. 고마워요. 형 때문에 힘이 됐고  합격했어요. >  도서관에서 만난 경찰 수험생 동생이었다. 우연히 친해졌던 동생은 내 웃음때문에 도움 되었다고 한다. 웃상의 얼굴이 편안한 느낌을 주며 호감 간다고 했다. 웃는 남자의 매력은 사람을 끌어당긴다며 끌리는 사람이란다. 늘 좋은 부분만 보고 힘 내라고 응원해줘서 합격한 것이란다. 저 놈이 합격하더니 기분 좋아서 아무 말 잔치한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말한 '웃는 남자의 매력'  이 머리와 가슴을 돌고 돈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봤다. 나는 잘 웃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하회탈처럼 웃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늘 과할 정도 웃고 있었나 보다. 지금은 웃음이 어색하다. 일부러 웃으려 하면 뻣뻣한 얼굴 근육이 불편하다.


왜 웃음이 없어졌을까?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웃질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두려움이 커졌고 두려움은 자신감을 갉아먹고 자라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을까? ' 생각이 가로 막는다. 무식했던 용기는 말한다. <준비 된 사람이 되라고>   언제부터일까? 내 앞투명한 벽에 매일 부딪히고 있다. 자신감 넘쳐 웃으며 깨부수던 용기는 숨어 버렸고 눈매는 매일 칼을  듯 더 날카로워졌다. 이란성쌍둥이인 눈웃음의 존재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됐다.


어색한 웃음은 표시가 난다. 애써 웃다 보면  비웃음으로 보일 수 있다. 웃는 얼굴은 어디 갔을까? 웃음도 연습이 필요했다. 웃지 않으니 얼굴 근육이 굳어져 갔다. 쓰지 않는 것은 퇴화되듯 나이를 먹을수록 장점을 하나씩 죽이고 있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못하는 것을 보완하려다 장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웃음이 매력이 될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이고 웃으며 공감해줬기 때문이었다. 조정래 작가는 <황홀한 글감옥>에서  자신감과 자만심은 이웃사촌입니다. 자신감이 자칫 지나치면 자만심이 되니까요 그 경계는 모호하고 위험합니다. 라고  말했지만 모호한 경계에 서야겠다. 남자의 매력은 웃는 얼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자만심으로 비칠지라도 우선 내 매력을 발산해야겠다. 준비된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두렵지 않기때문에 편안한 얼굴이 나온다. 다시는 날카롭게 눈매를 갈지 않을 거다. 이란성쌍둥이 '눈매'는 멀리 장가보내야겠다. 안녕.


웃는 남자는 매력 있다. 만반의 준비가 된 자신감. 자신감은 웃음을 먹고 자라고 자만심은 웃음이 잠재운다. 헤퍼 보이고 무게 없다고 생각해도 이제 다시 웃어야겠다. "형의 모습은 어디 갔어요?" " 너답지 않게 왜 그래? " 물을 때면 나다운 게 뭘까? 도대체 어떤 모습에서 날 보는 걸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알았다. 난 웃는 남자였다. 늘 좋은 부분을 봤다. 긍정적인 상황이 먼저였다.


자신을 믿지 않았으니 웃음이 나올 리가 없었다. 두려움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준비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웃을 수 있다. 이젠 나를 믿자. 나를 사랑하자. 배 나오고 품 없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가 되었지만 배 나온 내 모습을 보며 건강미를 자랑하는 사내들보다 멋지다고 만족스러워하자.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했던가. 웃는 얼굴은 강하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준비되어 있다. 난 웃는 남자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8기, 나의 장점과 재능>






작가의 이전글 <상상훈련> 부자가 되면 내가 원하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