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좀 줄여요.
목소리 큰 게 문제가 아니었어.
목소리 큰 게 문제가 아니라.
<볼륨 좀 줄여라. 확성기 빼라. 마이크 끄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목소리 큰 사람 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어릴 땐 씩씩하다고 했다. 지금은 오해한다. 감정이 섞여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젠 수련하듯 단점을 다듬어야겠다. 조곤조곤 연습 중이다. 감정이 좋지 않을 때 목소리가 커진다. 기복 있는 목소리에서 매력 있는 목소리가 되고자 노력 중이다.
고교 때 난 반장이었다. 자랑한다면 3년 동안 반장을 했다. 학교 회장에 출마하려 했더니 성적을 확인한 담임은 "그냥 반장만 하자" 고 말씀하셨다. 이해된다. 난 전교 꼴찌였다. 즉 공부를 잘해야 반장이 되는 게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달랐다. 지역 사람들은 후반기 학교라고 말했다. 원하던 학교를 떨어진 친구들이 오는 곳이다. 학생들은 거칠었다. 1학년 입학식이 끝나고 예비 반장을 선생님이 지목했다. 덩치와 목소리 크다는 이유였다.
논산 훈련소. 난 중대 선임이었다. 소대장이 지목한다. "차렷. 열중쉬어. 해봐." 중대 선임이 되었다. 역시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였다. 학교와 군대는 비슷했다. 압도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목소리가 크면 집중시킬 수 있다. 웅변가처럼 사상을 갖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꼭두각시였다. 우렁찬 목소리만 필요했던 것이다.
크게 말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몇 사람만 모여도 목소리 때문에 이목이 쏠린다. 타고난 성량에 군대를 다녀온 후 발성이 훈련된 듯하다. 튀는 목소리는 아닌데 볼륨이 높아지면 소음이 되는 걸 인정한다. 하루는 수원 인계동 40평 규모 맥주 전문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분명 만석이었는데 우리 안주와 술이 늘어갈수록 빈 테이블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결국은 끝에 남은 테이블에서 찾아온다. "저기요~~" 보통 이럴 땐 아는 사람이 안주를 시켜주는 경우가 많다. "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는데 조용히 좀 해주세요" 음악 소리보다 컸구나!깨달았을 땐 이미 많은 손님을 내보낸 후다. 같은 상황을 자주 경험하면서 심각성을 자각하게 됐다.
나는 목소리 큰 게 자랑인 줄 알았다. 나이 들어갈수록 상대에겐 소음이 될 수 있단 걸 몰랐다. 마치 영역을 지키려고 싸우는 동물들처럼 어쩌면 방어적 자세였고 울리는 내 목소리에 익숙한 안정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목소리가 큰 사람과 함께 있으면 공공장소에선 창피하고 귀에 울려서 어지럽다고 한다. 부끄러운 존재란다. 성격 밝고 자신감이 있어 좋아 보인다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는 아니다.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목소리 큰 게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에 아내는 친구들과 초등학교 취학에 대해서 대화중이었다. "00 씨 우리 학교로 보내요" "아녀. 아녀. 뭔 소리여. 그냥 가까운 데 가야지" 이 말밖에 안 했는데 후폭풍이 장난 아니었다." 신랑 왜 화냤냐? 신랑 학교에 안 좋은 감정 있냐?"로 시작하더니 사람을 무안 줬다면서 친구와 아내는 관계가 나빠졌다. 내 목소리 때문에 아내까지 피해를 보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소문이라도 나면 말을 전달을 하지 않고 말이 많지 않은데도 으레 내가 한 말이 되기도 한다. 출처는 내 입이란다.
뻔한 단점을 고치기 힘들다. 가게에선 주방을 보며 손님이 아내에게 "저분들 왜 싸워요?" 말할 때면 제발 조용히 좀 일하란다. 주방 직원과 싸우는 게 아닌데 오해한다. 속상함에 온종일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사람들 있을 때 한마디라도 하면 사람이 아니다' 다짐이 수백 번은 되는 것 같다. "여보! 당신 목소리 큰 게 문제가 아니에요. 소리 지르는 게 문제에요" 아내는 시무룩한 내게 시험 문제 찍어주듯 콕 찍어 말한다. 목소리에 묻어난다고 한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감정 기복이 있을 땐 숨김없이 나타난단다. 큰 목소리가 소리 지르는 걸로 들리니 상대는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소리 지른다고? 문제를 인식조차 못 했다. 목소리 큰 것과 소리 지르는 것을 착각하고 있었다.. '왜 의식하지 못했지. 아냐. 늘 이야기했지만 안 들었을 거야. 난 단지 목소리가 클 뿐이라고 ' 내 맘대로 들은 것이다. 그러니 해결점을 찾지 못했고 빙빙 돌았다. 고교 때 웅변대회 나갔던 게 생각났다. 그들과 난 달랐다. 목소리에 힘은 있었지만, 기술이 없었다. 소리 지르면 웅변이 되는 거로 알았다. 반장, 군대, 웅변하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다. 목소리 큰 건 괜찮다. 적절히 쓸 때를 모르고 강약을 조절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크게 말하는 데다 성격이 급해서 느닷없이 소리지르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고쳐야 한다. 나이 먹을수록 더 힘들어진다.
'기억해. 소리지르지 마.'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8기 나의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