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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Jan 03. 2021

떠나보내는 편지

천국의 비밀번호는 사랑을 눌러야해. 미안함이 아니야.

"파파 고마워! 안녕"


"그래, 잘 가라. 고맙고 사랑해"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잘했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리지 파파" "리지 파파" 아이들이 부를 때 마음이 편안해지잖아. 이젠 미안함을 내려놔도 괜찮아. 아내에게도 말해줘. 세월이 흘렀잖아. 괜찮다고, 리아가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가잖아.


참 많이도 방황했는데 이제는 보내줘야지. 잊으라고 말하지 않아. 그때 많이 울었잖아. 아직도 흘리는 마음의 눈물을 닦아줘. 새해가 시작하잖아. 이렇게 말해줘. "미안하다. 너무 붙잡았구나. 하늘에서 둘이 신나게 뛰어 놀아라"  그래, 네가 풀어줘야 아이들이 떠나지. 왜 아직도 품고 있는 거야. 놀고 싶데. 친구들이 많은 곳에 가고 싶다잖아. 아빠 맘을 충분히 안다고 줄기차게 말했잖아. 보내줘야지.


앰뷸런스를 타고 살려 보겠다며 광주에 갈 때 하늘은 이미 이놈들 놀이터를 준비하고 있었어. 장애를 갖고 태어나도 한 놈은 살리겠다던 네 맘 모르는 거 아니야. 주위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을 때 화를 내던 네 맘 이해해. 아이들이 효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미웠지. 앰뷸런스를 볼 때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이 뭔지도 모를 아이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눈길도 주지 않고 있잖아.


괜찮아. 큰 놈은 그때 자기 발바닥을 잡아주던 아빠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고 있데. 아빠가 곁에 있어서  세상 구경 실컷 할 수 있었다며 설레던 소풍이었다고 했어.  신발을 신지 않아도 언제나 엄마, 아빠의 따뜻한 손이 느껴져  좋다고 했어. 아내가 말했잖아. "아이들이 잘 올라갔어요. 여보 이제 돌아오세요" 엄마한테 우리 괜찮다고, 아빠랑 행복하게 살라고 아이들이 웃으며 떠났다고 했단 말이야. 하늘엔 도착했는데 놀이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걸 알잖아. 놀이터 비밀번호는 엄마, 아빠의 미안함이 아니야. 끝없는 사랑인데 아빠가 붙잡고 있어서 구경만 몇 년째하고 있다고 했어. 짧은 삶이었지만 단 하루를 기억하는 큰 놈이 동생에게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는 ···' .  문 앞에서 끝맺음을 못하고 있어. 놀이터도 집도 비밀번호를 모른데. 부모의 선물이 도착하지 않아서 여기 저기 떠돌고 있어.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다시 내려줬잖아. 그놈들이 형이고 오빠라고 자기 동생들, 리아랑 지안이가 너무 예쁘다고 말했어. "리지 파파" 부를 땐 사실 자기들도 같이 부른다며 하늘에서 아빠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했어. "너희들 동화 있어? 우리 아빠는 우리 이야기도 써줬어. 동생들도 자기들 이야기를 재미나게 만들고 있거든"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하늘 친구들은 부럽다고 했어. 숨겨둔 이야기를 올려 보내줘. 기다리고 있잖아. 맘에 꽁꽁 잠갔던 빗장을 풀어줘. 이야기는 이제 자기들이 만들어간다고 했어. 리지의 더 멋진 아빠가 되어주래. 동생들이 '리지 파파'  늘 기분 좋게 불러야 이놈들도 들을 수 있고 부른데.


"파파 괜찮아. 우리가 먼저 올라왔을 뿐이야. 괜찮아. 아빠! 엄마랑 동생들 이야기를 써"

귀 닫고 맘까지 닫아서 쌍둥이의 편지가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제야 도착했네.


"일구레야. 둥구레야. 이제 비밀번호를 눌러라. 미안한 마음은 지울게. 그래, 끝없는 사랑이었는데··· "


너희들에게도 사랑은 언제나 ing.


(나를찿아가는글쓰기8기  나에게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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