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어른

배려인척 이기적인 나를 위한 거짓말

by 로맨티킴

'04시'

땡그렁 문자 하나만 왔다.


새벽에 물건을 받는 날이었다.

"기사님 내일 몇 시에 뵐까요?

아직 물건을 상차하지 못해서 일정 확인이 어렵다고 하신다.

"그럼 기사님 시간에 맞출게요. 문자 주세요"답변 했다.

보통 6시쯤 순서대로 하차를 하니깐 그 쯤이겠지 생각했다.


문자 달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 기사님은 본인 편한 시간에 나를 불렀다. 04시와 함께 온 차량번호.

처음엔 이 문자가 날 시험하는 건가 싶었다. 대부분 거래처는 차량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는 게 아니라 본인들 시간에 맞추니깐 기사님은 옳거니, 빨리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4시는 보통의 사람들에겐 잠자는 시간이다. 기상시간보다 30분 빠른 시간. 갈등했다. '이때 나가야 하나. 어쩌지' 30분이지만 일상의 꼬임이 생길 것 같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괜히 가사님 편한 시간에 맞춘다는 말을 해서는 내일을 걱정하고 있다니.


나는 배려를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으레 해오듯 한 말이었다. 기사님들과 시간 조율에서 상위 포지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 배려 인척 늘 "기사님 편한 시간에 맞출게요"말했었다.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 나오세요. 말하면 시간을 바꿨었다. 내 편한 시간으로.


이번에도 "보통은 07시에 물건을 받던데요"라고 답장을 했다. 일부러 더 늦은 시간을 말했다. 문자를 보내는 순간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었다. 상대에게 당신의 시간을 말하라 하고 난 이 시간이 좋아라고 일방적인 약속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기다렸다.


답장이 없다. 밤 운전을 시작했나 보다. 똥 마려운 사람 마냥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네, 그래요"라고 오던 답장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네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에 맞추라고.


이기적이었구나 깨닫게 된 것은 기사님과 통화를 한 후였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답장에 혹시나 ' 04시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물건을 받지 못하면 나만 손해인데 생각이 든 순간 전화를 했다."일곱 시요? 그래요 그럼 전 자고 있을게요" 다른 동네로 넘어가야 되는데 늦으신다면 어쩔 수 없다며 잠을 자고 있겠단다.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 여섯 시라고 한다. 당신 편한 시간이라고 말했더니 기사님은 배차 동선을 4시부터 짰던 것이다.


일곱 시에 가면 일정이 꼬이게 된다. 기사님은 이미 다른 거래처분들과 약속을 했을 텐데 왜 자고 있는다고 했을까 궁금하기 시작했다. 4시에 못 나간다며 4시에 일을 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기사님 편한 시간에 맞출게요. 한 마디의 말 때문에 새벽에 일을 나간다는 거짓말까지 하다니. 뭐하는 짓인지. 내뱉은 말을 주울 수 없다고 다른 말들을 내뱉고 있었다. 배려를 했고 난 이기적이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4시에 일어났다. 기사님께 일 마치고 최대한 빨리 왔다고 했다. 내 거짓말을 덮고 미안한 맘에 한번 더 거짓말을 했다. "그라지요" 뭐지. 저 말뜻은. 웃으시면서 대답한 '그라지요'의 의미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괜찮다고 하는 말 같았다. 평상시에는 기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은 한 마디도 안 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배려, 거짓말에 대한 비겁한 변명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곱 시가 되었다. 식당에 앉아서 생각해 본다. 거짓말까지 하게 된 이유를. 피노키오는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나쁜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인연은 쉽다. 끝이 어려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