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진 일본문화 이야기 1 -
한 달에 두 번 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만난다.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진로시네마'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친구들과 진로에 대해, 자신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이번엔 어떤 영화일까 하는 학생들의 궁금증과 오늘은 어떤 표정과 질문을 만들어낼지 하는 나의 궁금증이 맞닿는 그 순간이 참 설렌다. 뭣보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아주 귀엽다. 반항기 있는 레이저를 쏘지 않는 걸 보면 아직 사춘기가 덜 왔나 보다ㅎㅎ.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눠요 우리.”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그리고 그 안에 녹아있는 일본문화 이야기 지금 시작한다.
늦은 밤 세 명의 도둑이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치다 어느 허름한 잡화점에 숨어들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마루코엔 이라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로 우연히 돈 많은 여사장이 마루코엔을 없애고 그 자리에 러브호텔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해하여 그 사장 집을 도둑질한 것이다.
가게에 들어가 숨어있던 중 한 통의 편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미야 잡화점이 30년 전 편지로 상담을 해주던 곳임을 알게 된다. 놀라운 건 그 편지가 과거(쇼와(昭和) 2년)로부터 날아왔다는 사실이다.
쇼와(昭和) 2년은 서기 몇 년일까?
일본은 천황이 즉위할 때마다 연대를 부르는 호칭이 바뀌는데 이를 연호라 한다. 서기 몇 년 하면 편할 것을 지금도 관공서나 학교, 회사 등에서는 연호를 많이 사용한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의미에서란다. 1994년~1995년 2년간 일본 증권회사에 근무했었는데 그때도 모든 서류에 헤이세이(平成) 6년, 7년이라 적혀 있었다. 대학교 때 전공필수로 수강한 일본사 시간에 특히 강조해서 외운 연호가 생각나 적어본다.
메이지(明治, 1868~1912) 메이지유신이 일어나면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산업과 군사의 근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이다.
다이쇼(大正, 1912~1926) 이때는 비교적 자유롭고 온건한 시기였으며
쇼와(昭和, 1926~1989)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후 경제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일본 문학작품에서 쇼와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오랜 시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헤이세이(平成, 1989~2019)를 거쳐, 현재는 나루히토 천황이 즉위하여 레이와(令和, 2019~)라는 연호를 쓰고 있다.
그럼 영화 속 장면의 쇼와(昭和) 2년은 서기 몇 년일까?
쇼와 *년의 계산법은 간단하다. * + 25를 하면 된다. 그러니 2+ 25 => 1927년이다.
영화로 돌아와서~
처음엔 장난으로 받아들였으나 과거로부터 온 편지에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껴 또 도망치다 때마침 지나가던 전차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엇갈리듯 공존함을 느낀다. 나미야 잡화점으로 다시 돌아온 아츠야, 쇼타, 고헤이는 지금은 폐업한 이곳이 오래전부터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곳임을 알고 조금씩 사연에 빠져든다.
또 다른 편지를 집어 든다. 마츠오카 가츠로. 생선가게 뮤지션의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가업(생선가게)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중퇴하고 도쿄에서 3년째 음악을 하고 있다. 취미생과 원석의 사이에서 고민하다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보낸 것이다. 당연히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첫 번째 답장에 마츠오카는 재차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는다. 자작곡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며. 어떻게든 내 가능성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도 병원에서 힘을 주는 말을 남긴다.
"생선가게는 내 대에서 끝이다. 패배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네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와"
아버지의 말씀에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마츠오카에게 세 명이 보낸 세 번째 답장이 전해진다. 그건!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음악을 계속하는 건 결코 헛된 일이 아닙니다'라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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