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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결혼식 그리고 조금 특별한 이혼식

- 재미진 일본문화 이야기 2 -

by 일 시 작

초등학교 때 국군의 날이 다가오면 언제나 위문편지를 썼었다. 줄만 쳐있는 하얀 편지지에 국군장병 아저씨께 라고 꾹꾹 눌러쓰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어린 눈엔 나라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높은 존재였다. 십몇 년이 흐르자 군인아저씨는 군인친구가 되었고 이젠 군인을 보면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동창모임이 있었다. 한 친구가 2월 첫째 주 토요일 시간을 꼭 비워놓으란다. 아들이 결혼한다고. 우리들 중 첫 번째 자녀 결혼이다. 나와 같은 해에 결혼한 그 친구는 아이를 제때(?) 낳아 지금 서른 살이다. 아들의 직업은 군인. 한없이 높게만 바라봤던 국군장병이 이젠 내 아들벌이 되어 결혼하는 자리에 가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혼자 옛 추억에 젖어 감상에 빠져 있던 그때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예식장 예약이며 집을 마련하는 비용, 예물 준비 등 듣기만 해도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핑크빛의 연애가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는 결혼이라는 것은 그만큼 성스럽고 경사스러운 일이기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상당히 크다. 더구나 요즘 같은 때엔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옆 나라 일본도 형식과 방법은 차이가 있으나 결혼이라는 의식에 큰 의미를 두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오늘은 일본의 결혼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덧붙여 좋은 일은 아니지만 요즘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조금 특별한 이혼식에 대해서도 풀어보겠다.


일본의 결혼식은 장소와 형식에 따라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신젠시키(神前式 しんぜんしき)

신사(神社)에서 하는 전통적인 결혼식이다. 신부는 시로무쿠(しろむく)라는 순백의 기모노를 입는데 이는 아무 색에도 물들지 않겠다는 순수한 의지를 상징한다. 신부 머리에 있는 하얀 장식인 츠노카쿠시(つのかくし)는 자존심과 뿔을 숨긴다 즉 남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랑은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하카마(はかま)를 입는데 가문의 대표로서의 책임을 상징한다.

신젠시키 결혼식(구글이미지)

이 자리에서 신랑과 신부는 두 사람의 결합을 기원하며 세 개의 잔에 술을 세 번씩 번갈아 마시는 산산쿠도(三三九度 さんさんくど)라는 의식을 한다. 이는 길함을 뜻하는 숫자 3을 3번 겹침으로써 완전한 인연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젠시키 결혼식의 산산쿠도(구글이미지)

두 번째는 차페르시키(チャペル しき)

서양식 웨딩으로 교회나 성당의 예배당에서 하는 결혼식인데 대부분 분위기 있는 호텔이나 예식장에서 꾸며놓은 홀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기독교신자가 아니어도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다 보니 요즘 가장 선호하는 형태라고 한다. 아무래도 웨딩드레스와 턱시도가 주는 화려함과 로맨틱함에 빠져들기 때문은 아닐는지.


세 번째는 부츠젠시키(仏前式 ぶつぜんしき)

불교식 결혼이다. 두 사람의 인연에서 더 나아가 조상과 부처의 인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한다. 시로무쿠(しろむく)를 입고 산산쿠도(三三九度 さんさんくど) 의식을 한다는 점에서는 신사에서 하는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불심이 깊고 조용하며 전통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집안에서만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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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는 작가 일 시 작 입니다. 브런치세상에서 제가 느껴가는 일상의 참신함에 대해 서로 얘기나누며 공감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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