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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귀여운 축제 7·5·3 (시치고산)

- 재미진 일본문화 이야기 3 -

by 일 시 작

이사 온 지 만 3년. 드디어 같은 동에 친구(?)가 생겼다. 친구라고는 하나 나이차가 50년이 좀 넘으니 이 꼬마는 나를 어떤 관계로 생각할지 좀 의문이긴 하다.

처음 알게 된 건 재작년 이맘때쯤이었다. 1층 현관에서 한 꼬마가 울고 있기에 엄마를 잃어버린 줄 알고 깜짝 놀라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3살..." 까진 알아들었는데 이름은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고 엄마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 분 후에 돌아온 엄마의 한마디는 “반성했어?”였다. 하도 떼를 써서 잠시 그 자리에 벌을 세웠단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운 게 아니라 혼나서 운 거였다.


꽤 여러 달이 지난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 꼬마 “어 오랜만이네”하며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너 날 기억하니?”라는 질문에 그저 씩 웃었다. 그날 이후 가끔씩 만나면 내게 먼저 말을 건다. 어디 가냐, 왜 안경 썼냐, 나 아빠랑 지금 재활용쓰레기 버리러 간다 등. 그새 다섯 살이 되었다고 말이 제법 통한다. 며칠 전에도 만났는데 그날은 기다란 곡물쫀디기를 먹고 있었다.




그 꼬마가 기다란 쫀디기를 먹는 모습을 보니 일본의 시치고산 행사가 생각났다.

시치고산은 숫자 7(しち 시치 ) 5(ご 고) 3(さん 산)을 일본어로 읽은 것이다.

해마다 11월 15일이 되면 일본은 어린이들을 위한 시치고산(七五三 しちごさん) 축제를 연다. 3세 5세가 된 남자아이와 3세 7세가 된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하는데 원래는 세는 나이로 했지만 요즘은 만 나이로 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날 부모는 아이에게 화려한 기모노를 입히고 신사(神社)에 가서 아이의 성장을 감사하고 축복하며 행복을 기원해 준다. 그래서 11월이 되면 주변의 미용실,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등이 덩달아 바빠진다니 은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여 꼭 정해진 날이 아니어도 그즈음의 주말에 신사를 찾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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