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일상
팔순과 구순의 중간 언저리에 있는 우리 아부지가 며칠 휴가를 받으셨다.
그래서 7호선 열차를 탔다. 우리 엄마아부지 보러.
7호선 열차의 2-2칸이다.
앞쪽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 멀리 갈 때 앉아서 뜬금없기도 하고 나름 진취적이기도 한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잠시) 멍 때리고 가다 보니 벌써 상도역을 지나친다. 문득 출입문을 바라본다.
전 역에서 얌전하게 문을 닫고 출발한 열차는 화끈하게 속력을 내더니만 이내 다시 조용하게 문을 열어준다.
"다음역은 장승배기 장승배기 역입니다~"
역 이름과 내릴 위치, 발 빠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친절한 멘트까지 더하며. 너그러움의 끝판왕이다.
천천히 열리는 모습, 바람을 뚫고 쌩쌩 달리는 모습, 차분하게 닫히는 모습 중에서 이 열차의 본모습은 뭘까?
또 열차 자신은 어떤 모습을 가장 좋아할까?
이 대목에서 자. 문. 자. 답. 한다.
세 가지가 다 본모습이지!
좋아하는 (열차) 자신의 모습은 음~ 그건 열차 성격과 성향마다 다를 것 같고.
그럼 나는?
쌩쌩 달리는 거북이 같은 모습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데 요즘엔 갈림길에서 가끔 요란한 소리만 내며 기웃거리는 느낌이다(쓴웃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그보다 쎈 무지함 사이에서 방향설정이 헷갈리기도 한다.
여기서도 방향치가 한몫하네 그려;;~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마다 한 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다음 역이 정해져 있는 열차를 잠시 부러워하다 그래도 다음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내가 더 재밌지 암~그렇고 말고!
비교도 안 되는 비교를 하며 내릴 준비를 한다. 엄마아부지랑 뭐 먹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다음 역은 당신이 정하십시오
하하~~^^"
* 오늘의 단어는 지하철 ちかてつ(지카테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