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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고마운 숫자 2

by 일 시 작
차곡차곡 일상


나는 숫자 3과 8을 좋아한다.

3은 '나와 너 거기에 하나 더'라는 안정감이 있어 따르고 싶은 심리가 더해진다. 군중심리를 나타내는 3의 법칙도 있지 않은가. 뭣보다 내가 3형제라 그래서 좋은가 보다.

8은 음~ 원 두 개가 이어져 있어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느낌을 준다. 가로로 보면 내가 좋아하는 뽀로로 안경이 연상되고 세로로 보면 한겨울의 귀여운 눈사람이 연상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흥미를 갖게 된 숫자가 있다.

바로 2다.

숫자 2를 가만히 보면 '(영원한) 2인자', '넘버 2'라는 부제가 붙어 은근 과소평가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두 번 다시'에 '안 ~한다'라는 표현까지 가세하면 더 그렇다.

예를 들어 두 번 다시 안 한다. 두 번 다시 안 만난다 등..


일본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二度(にど)と しない。(니도토 시나이)

두 번 다시 안 한다.

二度(二度)と 会(あ) わない。(니도토 아와나이)

두 번 다시 안 만난다.

라는.


이쯤 되면 2는 의문의 1패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숫자 2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뭐든지 2번씩!이라는 의미를.

언제부턴가 한국어든 일본어든 단어를 외워도 책을 읽어도 한 번 보면 남는 것 없이 그냥 머리를 스쳐간다. 거의 LTE급이다. 그런데 2번을 보니 머리에 조금은 남더라고~


어느새 '가장, 최고, 한 번'을 나타내는 1과는 조금씩 멀어지고 '한 번 더'를 나타내는 2와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런 나이가 되어가나 보다.

이쯤 되면 나의 의미부여로 인해 2는 위상이 올라가고 나는 두 번씩이라는 반복효과를 누리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닐까.


암튼 2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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