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맞이 준비 -
우리 집엔 밖에 한 번 나가지 않으면서 철철이 신발을 바꿔 신는 녀석이 있다. 고작해야 옆방으로 움직이는 정도인데 말이다. 그것도 주인장인 내가 높은 수납장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 부드럽게 움직여야 순순히 말을 듣는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끄윽'하고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마지못해 따라온다.
4년 전 어느 날 오후 그때도 찬바람 쌩쌩부는 겨울이었다.
결혼하고 처음 가구를 바꾸는 터라 옷장에도 소파에도 식탁에도 마구 눈길이 갔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매장에서 이것저것 주문을 했는데... 예산 초과였다. 더 이상 할인이 안 된다는 가구점 사장님을 붙잡고 사정사정했더니 이것을 공짜로 주시더라. 이 역시 고급 제품이라며 후한 서비스임을 한 번 더 강조하셨다. 이리하여 가구들 사이에 끼여 덤으로 우리 집에 딸려온 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식탁의자다.
터프하게 다루면 거칠게 반응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난 이 식탁의자를 참 좋아한다.
커피 마시며 신문 볼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하고, 때론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편안함을 주기도 하며, 뭣보다 하루 세끼 편안히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나만의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등받이와 바닥을 닦고 사이에 낀 먼지를 제거하며 신발도 신겨준다. 다리에 커버를 씌워놓으면 좋은 점이 많다. 의자 끄는 소음이 덜하니 아래층에 피해를 줄 일도 없고, 바닥에 흠집이 생기지도 않고, 가끔은 신발 신고 있는 모습이 품위 있고 귀엽기도 하다.
근데 나돌아 댕기는 애도 아닌 것이 한두 달이 지나면 발이 시커메지고 머리카락이 뭉쳐있거나 심지어 바닥이 뚫어지기도 하니 참 신기한 일이다. 집안의 생활먼지를 혼자 다 먹는 느낌이랄까.
이러니 계절마다 신발을 안 사줄 수가 없다. 주인장은 일 년에 한 켤레도 안 사는 신발을 말이다.
요즘은 따뜻한 느낌의 베이지색 바탕에 멍이가 그려진 신발을 신고 있는데 다른 계절에 비해 밑이 더 지저분해지는 것 같다. 아마도 겨울이라 창문을 열어놓는 시간이 길지 않아 먼지들이 바닥에 더 쌓여 있어 그런가 보다.
요즘 들어 이 녀석도 은근히 봄을 기다리는 눈치다.
추운 게 싫어서인지 아님 새 신발을 신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동안 감기로 꼼짝 못 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날도 풀리고 몸도 나아졌으니 가게에 새 신발을 사러 가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밝은 노란색으로 해야지.
나의 봄맞이는 이 녀석 신발 준비로부터!
밖에 나갔더니만 이런~ 오늘 아침 또 추워졌네 그려. (그래도)
겨울과 나의 밀당 사이로 입춘 지난 봄기운이 슬며시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