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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Apr 24. 2023

나는 키다리아저씨이자 주디였다

-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

차곡차곡 일상~


며칠 전 라일락작가님의 지목을 받아 아주 멋진 챌린지를 경험했다. 이름하여 '엣지 챌린지'.

'독특한 나만의 장점 찾기' 오호~로 시작했으나 이내 음...으로 바뀌어간다. 나. 만. 의 장점이 뭔지 그리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터라 은근 어렵다. 잠시 나를 보며 생각한다. 




'엣지 챌린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사진 속 키다리아줌마에게 잠시 물어본다.

나의 독특한 장점이 무엇인지... 근데 아무 말 없이 그저 서서 웃기만 한다. 

있는데 쑥스럽다는 건지 아님 없다는 건지. 기다리다 답답하여 그냥 내가 답하련다.


적지않이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얘기할 때 데시벨 조절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사실 별로 잘난 거 없으나 챌린지인 만큼 용기 내서 쓰는 거다)


난 그리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랬다.

초등학교 때

그림도 그리고 악기도 아는 없고 달리기도 매번 끄트머리다. 일등 한 적이 있었으니 운동회 날, 우리 줄 꼴등인 나와 다음 4명이 서로 엉겨 1등이란 도장이 엉겁결에 손등에 찍혀버린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게 미안한 순간이었다. 그땐 전교생도 그리 많았는지~많아서 좋았지. 여러모로. 이런 해프닝도 있었으니 말이다. 

고등학교 때

참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언니는 머리가 좋아 잠잘 거 다 자도 성적 좋고, 난 열심히 하는 노력파라는 울 엄마의 묘한 칭찬(?)에 은근 기분이 안 좋았다. 엄마는 지금도 가끔 이 말씀을 하신다. 


~흘러 흘러 일어교육과에 들어왔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높은 대학은 아니었으나 나에겐 최고의 대학이자 기회였다. 나도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음을 확신시켜 준 곳. 그리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곳. 식혜 위에 얇게 낀 시원한 살얼음처럼 내 긍정마인드도 청량감을 더해갔다. 

그런데~


살얼음의 단점은 쉬이 녹는다는 거다.


결혼하고 몇 년 뒤 맞은 IMF는 역시 우리를 비껴가지 않았다. 월급도 안 들어오고 재취업도 쉽지 않고 남편의 시험준비도 끝을 모르고 달리는 기차 같고...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로 굵게 아프기도 했고. 한참이 지나고야 알았다. 이런 게 설상가상이라는 걸. 그땐 못 느꼈던 나의 무. 딤. 에 이제 와서 감사한다.


그런 와중에 똘똘이(아이 태명)가 나에게 왔다. 8년 만에. 
살다 보니 이리 힘든 시기가 들락날락 거리더라. 그럴 때마다 긍정과 부정이 서로 내 정신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애썼다. 나는 전자를 택했다. 내가 선택한 한 남자와 나를 선택한 한 아이가 있었기에.


두 번째 장점은 여기에 기인한다.


기왕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으니 되도록이면 부드럽게~ 지나친 톤 업이나 톤 다운하지 않고 얘기하기.  그래서 음량과 어조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13년 동안 새벽반에 투입된 나의 필살기일 수도 있고.  6시 20분 첫 타임은 대부분이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난 일본어 강사이자 잠 깨우기 강사였다.  "안녕하세요~"로 톤이 있는 아침을 열었고, 상쾌하게 문법설명을 무한반복했으며, 수강생분들의 부부싸움에 훈수를 두기도 했다.(결혼을 빨리 하니 이런 장점도 있더라)  때마침 일본어도 한국어도 녹음실 일이 많아져 눈으로 보며 나에게 맞는 음폭을 만들어 갔다. 예외가 있다면... 아이한테만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데시벨을 무시했다는 거.


아무튼 앞으로도 이 두 가지는 꼭 지키려 한다!




꽃을 찍었다 생각했는데 나를 찍었다. 사진에서만큼은 롱다리다. 

주디를 지켜봤던 키다리아저씨처럼 이 키다리아줌마도 나를 지켜봐 주겠지~^^

지금처럼 앞으로도 쭈~욱.



P.S. 가끔은 나의 장점을 찾아서 얘기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혼자서 은근 기분 좋아진다 하하~

      라일락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기회 주셔서요^^



* 오늘의 단어는 장점 ちょうしょ(쵸~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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