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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Apr 28. 2023

그날, 내 이름을 찾았다

- 생일케이크 속에서 -

차곡차곡 일상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몇 십 년의 대장정이 지나고 언제부턴가 앞자리가 안정된 숫자 5로 바뀌었다. 아마도 나의 원 가족 구성원이 5명이라 안정적이고 푸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숫자 5는 그렇게 나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얼마 전 내 생일이었다. 아주 뜻깊은. 

그 의미를 소소한 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담고 싶어 기록해 놓기로 했다.




나에게 4월은 참 좋은 달이다. 태어나고 결혼까지 한 달이니 말이다.

하지만 한동안 그리 편한 달은 아니었다. 생일 즈음이 늘 아이의 중간고사라 미역국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실은 거의 안 끓였다. 이게 뭐라고 다 미신이지 하면서도 애써 패스하는 게 엄마의 마음인 것 같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저 작은 선물과 사랑이란 커다란 마음을 한켜한켜 쌓아가는 재미에 만족하며. 



모처럼 편한 생일을 맞이했다. 

아이는 깜짝 선물이 두 개나 있다며 슬쩍 언지를 주고, 남편은 거기에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퓨전파스타집으로 향했다. '금의환향'이란 이름부터가 마음에 드는 집. 비단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나 이리 격하게 우리 가족을 반겨주니 기쁜 마음 한가득이다.

예약하고 받은 공짜 샐러드에 직접 구운 식전 빵, 비싸지 않은 가격 음~내가 이러니 좋아하지~


나중에야 케이크를 본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미리 얘기했으면 서비스 메뉴를 더 드렸을 텐데요." 

"아이구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라는 훈훈한 대화 속에 우린 결심했다. 

다음 달 남편생일도 여기다! 


아이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살짝 상기되어 있으면서도 상대방의 설렘과 기대를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의 마술사처럼. 

와우~ 미니언즈 케이크다. 파란 옷을 입고 똘망똘망한 눈에 동그란 안경을 쓴 이 녀석도 두 팔을 번쩍 들어 내 생일을 축하해 준다. 바로 옆에 있는 목걸이는 금상첨화다. 한 달 치 아르바이트 비용 다 썼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이에게 "뭐 이리 비싼 걸~" 이란 상투적인 표현으로 화답했지만 가슴에선 엔돌핀이 마구마구 소용돌이쳤다. 이날 알았다. 난 액세서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걸. 


미니언즈 케이크의 고깔모자 위에서 나를 찾았다! 

 '오늘은 너의 날. 축하해' 란다.


"엄마 이름 찾아주고 싶었어. 앞으론 백**으로 살아. 엄마 내가 많이 응원하는 거 알지?!." 


26년 내 이름 -> 28년 ~의 아내 -> 20년 ~의 엄마 :]] 그리고 다시 나!

:]] 내가 만든 도돌이표다.

프로차트 상으론 한 줄인데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네 그려~

아이 덕에 다시 나를 마주했다.

 

그날 나는 진심으로 금의환향했다. 혼자가 아닌 셋이서~^^



P.S. 요즘, 아이는 제게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단어는 생일 たんじょうび(타ㄴ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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