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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Oct 24. 2023

거미와의 짧은 조우

- 잘 가 -

차곡차곡 일상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숨어 봅니다. 햇님이 방긋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분명 동요에선 그랬는데 제법 차가워진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이 녀석 꿈쩍을 안 한다! 멘탈 갑에 체력도 최강이다.

아침부터 하는 일 없이 바쁘게 움직이다 잠시 소파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안에 있었다면 꺅~하고 도망갔을 터지만, 밖에 있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가간다.

가만히 살펴보니 탱탱한 몸통에 다리 기럭지도 우월하다. 게다가 건강한 몸통으로 자아낸 은빛 거미줄은 가히 화룡점정이다.

위치도 기가 막히다.

며칠 전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바로 그곳이다. 이 녀석이 왜 여기에 거미줄을 쳤는지 알 만하다. 아마도 하늘이 내려준 이 자리에 자신의 은빛 영역을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그리하여 우리 집 베란다는 졸지에 랜드마크가 되어 버렸다. 아무런 상징물도 조형물도 없는 하늘과 거미와 나만 아는~!


신기한 마음에 부른 남편, 거미를 1층에 내려놓고 거미줄을 치운다. 아주 신속하게. 내가 무서워서 부른 줄 알았단다. 하하~

뭐 그 녀석도 암것도 없는 유리창보단 자연과 더불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다.


좀 전까지 창문에 내 영역임을 과시하며 떡 버티고 있던 거미에게 인사를 건넨다. 갑자기 커피물을 끓인다. 그리고 컴퓨터를 켠다. 

이로써 거미와의 짧은 조우 끄~읕^^


*오늘의 단어는 거미 くも(구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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