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나이지만 관심있는 종목은 있다. 바로 클라이밍! 꼭대기의 탑홀드를 두 손으로 잡기 위해 부단히 몸과 머리를 쓰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힘들고 멋져 보인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천종원선수의 모습이 생각난다. 간단한 시범만 보이는 그 자리조차도 잠깐 숨고르며 진지하게 방법을 찾아 오르더라. 그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3~4개의 문제를 5분 내에 그리고 결승전은 루트 파인딩 시간이 따로 2분 주어지긴 하지만 4분 내에 풀어야 한단다.
근육질의 신중하면서도 날쌘 현실판 스파이더맨의 팔과 다리를 부러워하며 보던 중 거칠게 굳은살이 박힌 손과 팔, 다리를 보게 됐다. 그 굳은살 안에 숨어있는 많은 시간과 피 땀 눈물이 엿보인다. 나이 차도 있고 운동신경의 차이도 있지만, 요즘 팔다리 힘이 빠진다고 나이때문이라고 '탓' 만 하고 있던 나. 급 반성모드로 들어간다.
요즘 주 4~5회 운동을 간다. 뭐든 많이 먹지도 않고 야식도 않는데 높아지는 콜레스테롤이 야속하긴 하나 어떻게든 낮춰야겠기에 시작한 거다. (실은 골다공증 수치도 안 좋아 의사선생님이 반강제로 시킨 것임!). 뭐 그렇다고 격한 운동을 하는 건 아니고 스트레칭과 걷기, 기구 2개 정도가 다이지만 말이다.
운동 다녀온 후 물을 마시러 식탁 앞에 섰다. 어라~식탁 위 약 알맹이들 바로 클라이밍이다. 1번 탑홀드를 어떻게 오를까 잠시 고민하며 뚫어져라 쳐다본다.
"엄마 뭐해?"
"음~ 이거 클라이밍같지 않냐? 이럴 땐 어떤 방법으로 오르는 게 좋을지 궁리 중이다."
어이 없어 하는 아이의 표정이 뒤통수에 꽂힌다. 그래도 이 어미를 생각했는지 평소보다 알약을 천천히 삼켜준다. 1번 고지까지 차근차근 신중하게. 스무살이 넘어서도 알약을 한꺼번에 삼키지 못하고 하나씩 주워먹는 아이의 웃긴 습관이 오늘은 한없이 고맙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