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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Oct 15. 2023

가을날의 동아줄

- 아침부터 애써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차곡차곡 일상


시간을 되돌려 금요일 아침.

맑은 하늘이 내 몸속에 잔잔하게 남아있는 코로나 증상을 몰아내는 느낌이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강하게 버팅긴 여름을 밀어내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그건 바로 가을이더라. 

데시벨 높았던 매미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귀뚜라미가 운율에 맞춰 울어대고 더위에 뿌옇게 지쳤던 공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난 초가을의 선명함을 좋아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것들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니까. 나무도 풀도 가게의 간판도. 그리고 사람들의 눈빛도 더위를 잘 견뎌냈다는 여유가 느껴지는 선명함이다.


나도 여유로움을 드러내고자 따끈한 커피와 함께 창 앞에 섰다. 아침엔 적절한 비율로 재조합한 나만의 믹스커피가 최고다.

먼 산을 보고 있노라니

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다.

가만있어보자~..

원래 동아줄은 밤에 내려오는 거 아니었나? 높이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등장인물은 나 하나이고 뭣보다 호랭이가 없다. 이런...


잡으려 하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또 잡으려 하면 왼쪽으로 움직이고.

아무렴 어떠냐!

오누이는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으니 됐고.

대신 나는!

움직이는 동아줄의 선명한 실루엣만 찍으련다.

아침부터 열심히 일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의 단어는

감사함 ありがたさ(아리가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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