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러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는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잡았다.
면접에 기가 막히게 성공했다거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거나 하는 얘기는 단 한 줄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개미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막내아이가 그린 스케치북 속 내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말이 한참을 머리속에 맴돌았다.
나를 포함한 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열심히 공부하면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생각했었다. 이제 와서 보니 일어나 눈 뜨면 터널이었던 때도 있었고, 한참을 가 도착한 곳이 동굴인 때도 있었다. 작가 역시 600통이 넘는 이력서를 쓰고 몇 번 안 되는 면접 기회를 잡아 가까스로 일이라는 걸 다시 시작하면서 잠깐이나마 희망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그 희망이란 것이 적성과 기질에 맞는 일이 아니면 오히려 다른 절망을 맛보게 될 수도 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힘듦에도' 일까? 아님 '힘들어서' 일까?
작가는 중간중간 그 여자를 통해 우리에게 당부를 그리고 진한 울림을 던진다. 아주 구체적으로.
1. 이왕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면 그나마 내가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해라.
일에 대한 목표가 확실해도 의지를 흔드는 변수가 수없이 많으니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기질을 파악해야 적응해 나가는 게 수월하다.
2. 우울증을 그냥 두지 말아라.
약도 먹고 적극적으로 심리상담도 받고.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시작하라고 한다.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에게 불쾌한 소리를 들을 것 같으면 '즉시'자리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여기서 작가는 벗어나는 타이밍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방과 한참을 다투거나 신경전을 벌이기 전에 자리를 피해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이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기왕이면 좋은 생각과 행동으로 내 머리와 가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우울감도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3. 재취업하고 싶다면 눈에 보이는 것을 손안에 넣어라.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질수록 걱정만 깊어져 동영상과 책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단다. 자격증이든 수료증이든 교육이수증이든 손에 잡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취득하면 불안함과 막연함이 줄어들어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난 세 번째 조언에 공감한다.결혼하고 찾아온 IMF라는 손님덕에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밀고 면접을 보고 거절당하고 한숨 쉬고... 이런거듭되는 어두운 시기를 벗어나게 도와준 건외국어라는 기술이었다. 그때 '누군가' 말해줬다. 이력서에 쓸 한 줄, 눈에 보이는 '증'이 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발판은 될 테니 널 믿고 해 보라고.
면접 보러 갈 때마다 만난 그 여자가 작가에게 용기를 주듯이 삶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그 여자가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준다. 그 여자는 바로 '각자의 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꿋꿋하게 진행 중인 작가님의 멋진 도전을 응원한다.
P.S. 담담글방작가님이 주신 책 덕분에 연휴기간 저의 예전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