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 에피소드
가족들과 쿠알라 룸푸르에서 번화한 시내를 가고 있던 중이었다. 네비를 켜고 움직였지만 워낙 고가도로가 많은 탓에 길을 잘 못 드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이번엔 차선을 잘못 들어 급 좌회전을 해야 했다. 도로가 옆에 경찰차...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한다.
운전면허 좀 보여주세요(물론 영어로)
현지 면허로 전환한 운전면허를 내밀었다. 뭔가 불안한 느낌...
좌회전하면 안 되는데 했어요. 말레이시아 온 지 얼마나 됐어요?
2년쯤 됐어요.
이렇게 위반한 적 있어요?
처음이에요. (사실 몇 번 있었다.)
어디서 근무해요?
세렘반이요
거의 신상조사를 당했다.
벌금 600링깃입니다.
거짓이었다. 참고로 교통 범칙금은 최고 300링깃이며 조기납부 시 50% 감면 해 주기도 한다. 최근에 인상해야 한다는 기사가 있었으니 어찌 변경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잘못했으면 벌금을 정당하게 내면 된다고 생가해서 티켓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잠깐 내리라고 하더니 자기가 끊은 다른 사람들의 티켓을 보여 주면서 다 자기한테 티켓을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티켓을 계속 달라고 계속하니까 내 면허증을 탁탁 치면서 화를 냈다.
티켓을 끊으면 쿠알라 룸푸르에 와서 600링깃을 내야 하지만 자기한테 납부하면 300링깃 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거짓이었다. 이미 몇 번 범칙금을 인근 경찰서에 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기다리고 있고 이런 질질 끄는 상황이 갑자기 짜증 났다.
낼게요 300링깃. 영수증 주세요.
돈을 꺼내려고 하니깐 차에 가 있으라고 신호한다. 내 딴엔 영수증을 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요구한 건데 이상하다.
무슨 상황이지?
차에서 돈을 주니까 무슨 종이를 준다. 말레이어로 쓰여있으니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순간 모든 것이 다 짜증이 났고 이미 돈을 줬으니 그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다. 결국 그렇게 면허증을 건네받고 가던 길을 갔다.
도착해서 우선 영수증이라고 건네받은 종이를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영수증이 아닌 티켓이었다.
이런... 이중으로 내게 되는 건가?
그 종이의 내용은 말레이어로 쓰여 있고 원본 밑 복사되는 사본이라 흐릿해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자세히 보니 다행히(?) 내 차량번호가 아니었다. 안심과 동시에 화가 났다.
'나를 아주 우습게 보고 사기 쳤구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멍청하게 당하다니... 왜 더 버티지 못했을까...
후유증은 오래갔다. 다시 만나면 이름 기억하고 신고라도 하고 싶었다. 다시 만난다면 '넌씨눈' 전략으로 모른 척하고 대사관에 전화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거기서 급 좌회전을 하긴 했지만 좌회전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무수히 지나치는 차량도 많았다. 결국 잘못을 해서 잡힌 게 아니라 그 경찰들이 돈을 뜯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에 좀 계신 분들은 이런 경우 50링깃 쥐어 주고 넘어간다. 실제 잘못이 있든 없든 돈을 주면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난 이런 게 싫었다. 뭔가 "뇌물"을 줘서 넘어가려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문득...
그 사람들이 경찰이 아니라 강도였다면...
과연 "뇌물"이 뭘까? "뇌물"이라면 내게 뭔가 이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성경의 한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악인은 사람의 품에서 뇌물을 받고 재판을 굽게 하느니라
잠언 17:23 KRV
여기서는 재판을 굽게 하기 위해 뇌물이 주어진 것이다. 재판을 굽게 하여 다른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겪은 일에서 보면 내가 잘못해서 벌금을 감면받기 위해 벌금보다 적은 돈을 썼다면 그것은 '뇌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잘못이 없고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벌금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이를 '뇌물'로 볼 수 있을까?
강도가 위협하여 돈을 요구해서 돈을 지불했다면 그것을 '뇌물'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뇌물'이 아니라 '강탈'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돈을 뜯으려고 작정한 경찰들에 50링깃을 주는 것이 꼭 나쁜 일일까? 그리고 그 경찰들이 강도와 다를 바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