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듣기 시작했을때 이 미지의 금융상품에 대해 하는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친형제는 2017년 비트코인 붐을 타고 재산을 몰빵해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가 한순간에 거지가 되었다는 회사동료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걸 들을때면 마치 폭우가 내리치는 날 집안에서 안락하게 창밖의 물난리 구경하는 듯한 안락함이 느껴졌다. 그 난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가 안도하면서 말이다.
그 두려운 세계에 어쩌다 발을 담그게 됬는지 모르지만 분명한건 코인으로 패가망신하는 것보다현금가치하락으로 벼락거지가 되어가는 현실이 더 공포스러웠다는 것이다. 거기다 2020년 말부터 비트코인은 어떤 자산시장에서도 볼 수 없던 가격상승을 했을때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결국 후회하고 말거라는 포모(FOMO, Feeling of Missing Out)심리가 나를 들들 볶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비트코인 0.0025BTC를 구매한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발가락을 살짝 담궜다가 한쪽 다리까지 푹 잠기기까지 정말 순식간이었지만 어찌나 다이나믹하던지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내가 들어갈땐 이미 시장은 과열되어 자고 일어나면 늘 3~5%씩 올라있었고 차분하려고 했지만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늘 꽃길만 걸을 것 같더니 머스크의 입방정 한번에 비트코인은 최고 정점에서 절반으로 훅 꺽였고 비트코인보다 잘났다던 알트코인들은 심지어 70~80% 가치가 증발했고 내 영혼도 같이 소멸하는 줄 알았다.
물론 자산가치 변화에 따라 요동치는 심리야 주식좀 해본 사람은 한번쯤 겪어봤겠지만 내가 좀 남달랐던건 주식으로 한 1~2년 동안 겪을 일을 코인으로 단 6개월에 초단기 마스터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의 (코인을 안해서) '다행이다' 에피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기간 모진 풍파를 겪고 난 후에도 나는 아직 코인의 세계에 남아 있고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디지털자산에 대한 신뢰는 더 단단해 졌다.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할 수 있는 가치거래 혹은 가치저장을 가능하게 하는 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일반용어로 우리는 '코인시장'이라고 하고 영미권에서는 '크립토마켓'이라 한다. 주로 미국 크립토매니아의 의견을 주워듣다보니 '크립토' 혹은 '디지털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냄비 시장에 적응하라
이 크립토 세계는 호불호가 너무 명확하다. 버크셔해서웨이 부사장 찰리 멍거는 비트코인은 쥐약(rat poison)이라고 일갈했지만 트위터 CEO 잭 돌시는 비트코인으로 세상에 평화가 올거라 확신 한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비트코인. 그럼 우리나라에서의 전반적인 평가는 어떨까. 네이버 포털의 실시간 뉴스기사들을 보며 짐작하자면 우리에게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델란드 튤립광풍의 재현이다.
네델란드 황금기 1636년 튤립가격 폭등과 폭락
네댈란드가 동인도 무역으로 튤립구근을 처음 들어왔는데, 당시 생소하고 팬시한 튤립을 접한 유럽인들이 너도나도 가지려고 하면서 어마어마한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그러다 한순간에 소비욕이 떨어지자 튤립도 그저 꽃 한송이 가격으로 곤두박칠 쳐버린것이 튤립매니아의 결말이다.
기사들의 시선으로 보면 2021년 비트코인이 바로 1636년의 튤립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가끔 전문가의 말을 빌어 비트코인의 내제적 가치가 0이다, 거래소가 규제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추임새를 넣는다. 가격이 오를때는 버블이 곧 터진다 하고 가격이 떨어질때는 역시나 버블이라며 혼신의 주문을 거는 글들을 보면 이게과연 기사인가 개인적 바램인가 구분하기도 어렵다.
이번 6월 폭망의 시작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막대한 에너지는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며 친환경의 테슬라차는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구매하지 못하게 한다는 발언때문이었다.
물론 애초에 그 귀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를 구매할 사람은 없어 보였지만 테슬라 못사는게 엄청난 뉴스라도 되는 양 비트코인은 크게 휘청거렸다. 일단 머스크의 주장이 얼마나 실팍한지 봐야 비트코인을 위시한 크립토시장의 냄비근성이 이해가 간다.
비트코인 채굴, 거래로 인해 드는 전기 소비량(71.86TWh)은 미국전체 티비, 전등 에너지량(60TWh)과 유사하다.
우선 가치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비트코인이 폰지사기(Ponzi scheme) 혹은 자금세탁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단 1와트 쓰는것도 에너지 낭비다. 하지만 시장조작적이고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중앙화폐로 부터 탈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본다면 티비 보는 만큼의 전력은 그다지 아깝지 않다. 티비 시청역시 그 자체가 바람직한 전기소비라고 말할 수는 없다. 티비로 하루종일 할일없이 멍하니 영화보고 유튜브보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 것이야 말로 에너지 낭비 아닌가.
또한 에너지 소비자체가 탄소배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티비보느라 소모한 전기가 클린, 친환경 에너지라고 어떻게 자신할수 있나. 멀쩡한 원전도 가동을 중단시킨 이 마당에 화석연료를 다 땡겨도 한 여름에 에어컨(AC)전력을 수급하기 어렵다. 공장용이 아닌 가정용 전력도 친환경 100% 라고 보장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공장과 달리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채굴을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마치 화석연료만 선택적으로 에너지 원으로 사용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에너지의 73%는 탄소중립적이라는 리포트도 있다. 중국남서지방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비트코인 채굴은 대부분 수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채굴과 지구환경에 악영향 운운하는 머스크의 발언은 애초에 진지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의 에너지 소비관련한 정보는 테슬라가 머스크가 구매할 당시에도 이미 다 공개된 정보인데 15억 불(한화1조7천억원)이나 투자하면서 이걸 모르고 구매했을리 만무하다.
머스크의 가벼운 트위터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가벼운 밈에 출렁이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들의 반응이다. 아직 크립토 마켓은 성숙하지 못해 가십나 소문에 쉽게 휘둘리는 냄비특성이 있다. 쉽게 끓었다가 식기를 반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면만으로 크립토시장 전체가 사기 또는 튤립판으로 매도하는것은 과도해 보인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개당 $36,000에 구입했다. 이후 가격은 $65,000까지 올라간 후 머스크의 발언으로 $32,000대까지 떨어졌고 비트코인고래들은 이 3만불 가격대에 다시 어마어마하게 사들였다. 그 사단을 낸 머스크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들고 있고 테슬라 역시 아직도 4만2천개를 보유하는데 비트코인은 현재시세는 개당 $48,000이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손절하는 제스쳐로 이 냄비시장을 조정하면서 뒤로 미소를 짓는 카이저 소제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자산
가격변화가 다이나믹한 시장은 달리 말하면 회복 탄력성도 좋다. 오히려 가격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시장은 수익율도 단조롭고 매력이 없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신종 금융 상품이 아직 시장의 신임을 받지 못해 출렁임이 잦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두려움, 불안, 위험(FUD)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결코 개미가 죽어 나갈 시장은 아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전체 디지털 자산 전체자산의 시가 총액은 21년 5월 2.5조달러까지 육박했고 최근 2주사이 빠르게 회복하여 8월 14일 2조 달러가 되었다. 크립토 버블론을 내세우는 이는 아직도 이 2조불의 가치가 0이 될거라고 믿는다. 정말 크립토의 내재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나도 증명할 수 없지만 0이 되기에는 이미 덩치가 너무 커버렸다. 차라리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값이 되는 날이 더 빨리 올리 모르겠다. (물론 아파트값도 안떨어진다고 본다.)
비트코인 부정론자들은 비트코인이 화폐기능을 절대 할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엘살바도르가 화폐로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나도 우리나라 슈퍼에서 비트코인으로 과자 사먹기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0.0001btc가 553원이다. 1000원이 0.00018btc... 계산하면 머리터진다.) 다만 비트코인이 금전적 가치를 담는 신뢰할 만한 수단(vehicle)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최근 원화(KRW)는 미국 통화완화책의 조기테이퍼링, 반도체전망악화, 낮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의 세가지 악제로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달러보다도 빠른속도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통화량을 증가시키고 자산가치를 불린 후 막대한 세금을 거둬 알 수 없는 용처에 그 '돈'을 마구 뿌려대는 상황이다. 얼마나 물타기를 더할지 모르는 '원화'와 딱 2천백만개로 발행이 제한된 '비트코인' 두가지 중 과연 어디에 내 자산을 싣는게 안전할 것인가.
고전적 시장(주식, 귀금속, 부동산)과 비교해 11살 비트코인과 더 어린 알트코인이 속한 디지털 자산은 역사도 짧고 변수도 많다. 하지만 10년전에는 아무도 아마존이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다. 테슬라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2년전에 쿠팡이 뉴욕에 상장하며 대박날줄 알았겠는가.
항상 미래는 예상가능하지 않게 우리에게 다가왔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자산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아마존 주식을 그때 사지 못한 후회를 무한 반복하게 될 것이다.
포털에서 크립토 폭락장에 깨춤을 추는 기사들을 정신없이 써낼때 이미 많은 기업들은 이 시기를 디지털 자산을 도입하는 좋은 기회로 받아 들였다.
이미 비트코인 부자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 Strategy)는 폭락장에 만삼천개를 더 샀다. 그리고 비트코인에 부정적이던 JP모건 역시 조용히 자산관리 고객에게 비트코인을 포함한 6개의 크립토 펀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페이팔, 비자 등 결제회사들은 가상화폐 거래시스템을 갖추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이 크립토 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했고 어떤 방식으로 메인사업에 크립토를 접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간은 우리편 Time is on our side
내 디지털 자산 보유의 목적은 인생역전이 아니다. 보유자산을 좀 더 안정적인 수단에 묶어 두고 싶어 적금들듯 (DCA) 조금씩 사모았다. 그리고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비트코인만 사다가 대 폭락장에서 시가총액 10위권내에 있는 알트 코인도 보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장기투자를 표방했어도 가격하락 앞에 고요하게 평정심을 유지했다면 거짓말이다. 초반에는 빅디스카운트라며 세일가로 코인들을 주워 담았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싸다고 샀는데 다음날 더 싸지면 아무리 투철한 신념에도 금이간다. 비트코인이 만오천불까지 바닥친다는 소문이 돌때는 올해는 진짜 아닌가 보다 하고 손을 놓아 버리기도 했다.
그러다 놀랍게도 슬금슬금 살아났다. 중국이 아무리 비트코인을 금지하고 미국이 아무리 크립토에 높은 세금으로 협박해도 그 질긴 생명력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우습게도 중국, 인도가 돌아가며 거의 매년 비트코인, 크립토를 금지시키는데 늘 처음인양 가격은 흔들이고 회복하기를 반복했었다.
지금 추세가 반전되었지만 앞으로도 조그만 뉴스에 가격은 요동칠 가능성은 항상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달내에 5만불, 올해내에 6만5천불을 회복하고 2022년에 10만불간다라고 장담 할 수도 없다. 난 기술분석(TA)을 할줄 모르고 추세로 가격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 단타? 단기매매, 스윙트레이딩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내 깜냥 밖의 것에 욕심내지 않고 좀 답답하고 느리지만 장기적 목표만 그리며 가고 있다.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말은 유투버 크립토버스 (Benjamin Cowen)의 유명한 명언이다. 비록 하루 이틀 가격조정, 폭락으로 항상 내가 들어가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마켓 사이클의 큰그림을 보고 움직이면 결국 유리해지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는 의미이다. 이 표현은 항상 가격의 최고점에 빨려들어가는 투자 초보인 내가 마켓의 변동성에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는 정신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주었다.
이와 유사표현으로 우리나라에는 존버정신이 있고 미국에는 호들러 혹은 다이아몬드손(Diamond hands)이 있다.
아래는 존버의 미국버전인 호들러(hodler)가 10억($1M)이 될때까지 비트코인을 순탄하게 쥐고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다.
상상속의 호들러
실제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는 것은 감정의 동요, 두려움, 쓰레기 잡 코인(Sh*t coin)의 유혹, 고래의 시장조작, 조기 수익실현의 유혹 등 갖가지 시련과 싸워야 하는 것을 뜻한다.
현실의 호들러
그림대로 비트코인이 정말 10억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 누군가는 1억은 반드시 된다고 하는데 분명한건 1억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매일매일 직선으로 상승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루에 5프로 올랐다가 다음날 10프로가 빠질수도 있지만 돌고 돌아 결국은 목표점에 갈것이다. 1억 될때까지 존버하던 그 와중에 6천이든 7천이든 조기에 수익을 실현하던 모두 자신 만의 스케줄이 있고 우리의 목표는 모두 다르다.
불필요한 공포감, 혐오감을 이겨내고 과도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디지털 자산은 장기적으로 자산가치를 유지시킬 안정적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초보투자자인 내가 코인 시장에서 얻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