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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Feb 14. 2021

게임스탑과 숏스퀴즈

전투를 복기하다

화제의 게임스탑

얼마전 미국경제 뉴스가 온통 게임스탑 주식 이야기로 채워졌다. 늘 기관에 치이기만 하던 개미들이 합심하여 기관을 무찔렀다는 영화같은 이야기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화제의 중심인 게임스탑이 대체 뭐하는 회사인지 그 주가가 왜 뉴스가 되는건지가 궁금할 것이다.

게임스탑 매장

게임스탑은 게임기, 소프트웨어, 보드게임, 악세서리 등 각종 게임용품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그리고 미 전역에 5000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게임용품만파는 하이마트?) 1984년에 탄생해 지속적으로 성장해 2002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종목코드 GME로 상장 되었고 2004년부터 전성기를 맞이 한다. 하지만 생태계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해 거대 온라인 샵(PS Network, Nintendo eShop)들이 등장하는 2016년 부터는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7년에 떨어지는 매출을 붙들기 위해 매장마다 사전판매, 사은품, 중고게임기 거래들을 종용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열악한 근무조건이 드러나며 힘든시기를 보낸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150개 매장을 닫고 비게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큰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회사들을 팔기 시작했지만 2018년에  최대 손실을 기록, 거기에 코로나사태 까지 더해져 주가는 5달러이하를 밑도는 수준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별볼일 없는 게임소매점의 흥망성쇠였는데 2021년 1월 2주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483불까지 치솟은 것이다. (1500%)

GME 주가 흐름

별다른 기업구조의 변화나 긍정요인이 일도 없는 회사에서 갑자기 어떻게 이런 주가폭등이 일어난 것일까.  


비결은 바로 숏스퀴즈 

영어로 길다의 long은 장기 투자를 short는 단기 투자(흔히들 말하는 단타)를 말한다. 엄밀히 말해 쇼트는 가격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이다.  방식은 딜러(혹은 브로커)에게서 500원짜리 주식10개를 증거금계좌로 빌린 후 현재가격(5000원)으로 팔아버리고 시간이 지나 주가가 250원으로 떨어지면 2500원으로 10주를 사들여 반납하고 2500원의 차익을 얻는 것이다. 이런 쇼트셀링으로 월스트리트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헤지펀드사들은 펀더멘털이 약한 기업을 집중발굴해 공매도를 쳐서 막대한 이윤을 추구해 왔다. 문제는 부실한 기업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멀쩡한 기업을 반토막내기도 한다. SNS에 영향력있는 애널리스트들과 한편이 되어 진위가 불분명한 기업의 약점을 띄워버리면 개인 투자자들은 위기감에 허둥지둥 주식을 내다파는 패닉셀링을 하고 헤지펀더들은 모두가 버리고 간 주식을 여유있게 쓰러 담으며 이익을 실현한다. 지금은 시가총액 7천8백억불로 부동의 1위인 테슬라도 초기에는 헤지펀더들의 단골 쇼트 대상으로 수년간 주가가 지지부진했었다.   


주가가 떨어질것을 미리 알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다.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공매도의 숨겨진 위험은 바로 예상치 못한 주가 상승이다. 500원짜리 주식을 들고 있을때 최대손실은 상장폐지되어 날리는 500원 뿐이지만 500원짜리 주식을 공매도 쳤을때는 손실은 최대한도가 없다. 그 주식이 비트코인처럼 대박나서 500원짜리가 1억이 되버린 상황을 그려보면 된다. 


  최근 테슬라가 현금 15억달러어치(한화 1.6조원)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한다고 발표했다. 그덕에 비트코인은 가격이 10%올랐고 테슬라 자산가치도 올라갔지만 동시에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에 안정성이 노출된것도 사실이다. 당장 비트코인가격이 떨어질리는 없지만 만약 비트코인이 일시적 하락 조정장에 들어가게 되면 테슬라주가도 같이 출렁일 수 있다.  비트코인을 껴안은 머스크 과감성은 높이 사지만 이를 계기로 테슬라를 쇼트치려는 움직임이 생기게 되었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3천만원으로 훅 꺼질때 이를 틈타 특정 헤지펀더가 테슬라에 쇼트포지셔닝하고 엄청난 양의 주식을 덤핑쳤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 개인들이 불안하여 주식을 던져 주가가 800에서 600불까지 떨어질수 있다. 그러다 반전으로 비트코인가격이  6천만원으로 반등하고 테슬라의 주가가 오히려 850, 900, 심지어 1600불까지 올라버리면?  

가상으로 빌린 주식이기 때문에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면 마진콜에 의해 올라간 증거금을 충전하거나 아니면 울며겨자먹기로 올라간 가격에 주식을 사서 메꿔야 한다.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려고 하는데 이에 질세라 테슬라 열혈 서학개미까지 가세해 경쟁하듯 매입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저 멀리 달나라까지 솟구치고 헤지펀드사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공매도, 쇼트 셀러를 오렌지 주스짜듯 꽉 쥐어짜는 것이 바로 숏 스퀴즈다. 


다윗이 골리앗을 쥐어짜다

 다시 게임스탑으로 돌아와 한줄로 상황을 정리하면  주가 5달라의 쇠락중인 주식(게임스탑)에  공매도세력투기꾼(멜빈캐피털)이 멋 모르고 쇼트 쳤는데 미국개미세력(월스트리트베츠, WSB)이 대동단결하여 주가를 펌핑하여 멜빈은 무릎을 꿇었다. 로 요약된다.  

개미가 기관을 이긴 초유의 사태

월스트리트베츠(WSB)는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하위그룹(subreddit)으로 네이버 카페 주식방처럼 주식에 대해서 포스트와 리플라이로 서로의 의견과 정보를 교환한다. (멤버가 4백만을 넘으니 단순 주식방이라 하기는 어렵다.) 시작은 애널리스트(시트론 리서치)들이 게임스탑의 회생가능성을 낮게 본것에 대한 찬반논쟁이었다. 결국 회사에 대한 신뢰 의견과 공매도의 비판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주가를 사수하려는 행동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테슬라의 머스크가 'GAMESTONK' 라는 지지 트위을 날리자 핵폭탄급 밈(meme)이 되며 지지자들은 게임스탑주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게임스탑의 시가총액은 14억불 (한화 1.4조)이니 우리나라 신풍제약(4조원)보다 작은 기업이다. 최소 2백만만 동참하면 단기간에 주가 띄우는건 일도 아니다.  

Gamestonk!! by Elon Musk


게임스탑 그 긴 여운

그 뒤이야기는 다들 아는 바와 같다. 마진콜이 임박하여 멜빈 케피탈은 다른 헤지펀드사로 27억불 긴급 수혈을 받았지만 결국 쇼트스퀴즈를 감당하지 못하고 쇼트 포지션을 포기 했다. 난리굿판이 끝난 후 멜빈은 전체 펀드규모의 30~50%의 손실을 본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스톱 사건은 미국 개미들이 거대 헤지펀드에 대항하여 거둔 역사적인 승리로 기억될것이다. 여기에 서학개미도 일조했다고 하니 글로벌 개미의 파워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GME 주가는 $50로 회기 했다는 점은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기업에 대한 신념으로 헤지펀드사를 응징하기 위해 한 두 주를 $483 주고 기부했다 치면  마음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익을 바라고  $483에 들어간 투자자들이다.  알지 못하고 들어가는 투자는 투기라고 했던가, 표면상 다윗과 골리앗으로 미화된 전투이지만 전투의 본질을 모르고 올인한 일부 개미군단은 전쟁이 끝난 후 그 어떤 전리품도 없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주가가 포물선을 그리며 솟구칠때 심장이 펌핑하는 흥분을 쉽게 잠재울 수 없다는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다. 게임스탑의 승리에 흥분하면서도 한편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건 내가 저 전투에 참여했을때 승리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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