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이윤추구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백신투여 프로그램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구 백명당 39.6 도즈 (1회주사)를 맞춰 단독 일위이다. 변종의 출현으로 정신없는 영국도 난리통에 인구의 대략 10%가 백신을 맞아 3위( 9.3 도즈)이며, 코비드로 최대 타격을 입은 미국도 백명당 5.8회로 5위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모두 백신의 종류와 효과를 차치하고 부지런히 한명이라도 더 접종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멕시코... 11등
아 인도... 12등
아아 우리나라는 어디에.
일본도 순위에 없으니 그거면 충분한 거라고 위로를 해볼까? 하지만 일본도 곧 접종을 시작할꺼라는데 그때부터 우리 접종까지는 뭘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아야 하는 걸까.
우리의 언론은 애써 백신수급상황을 못 본척한다. 그러다 가끔 해외 백신 부작용이 언급되면 전면에 띄워 강조한다. 가만히 보면 독감백신때와 공수가 바뀐것 같다. 독감백신때는 백신부작용이 몇십만명중의 하나 발생하는 것이라 백신으로 인해 얻는 이익을 생각하면 위험은 새발의 피라고 그렇게 강조하더니만 이제는 새로운 백신이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같은 상황도 보고싶은 각도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여튼 우리나라의 백신선정, 도입과정, 접종시점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은 이가 논하고 있어 내가 말한마디 거든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더 시끄러워질 뿐이다.
다행히 3차유행이 서서히 화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4차 유행이 올때까지 (올지 안올지 모르지만) 반짝 여유가 생겼다. 가지지 못한걸 안타까워하며 눈앞의 귀한 시간을 흘려보낼 필요는 없다. 게다가 게임이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했으니 아직 결말을 기다려볼만하다.
오늘의 이야기는 백신없는 우리나라가 아닌 부덕한 코로나 영웅에 대해서다.
난세의 영웅 화이자
백신개발은 기본적으로 3년 넘게 걸린다. 코로나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든 제약회사는 사활을 걸고 백신개발에 뛰어 들었고 1월말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지한지 고작 300일 만에 중화항체를 형성하는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가장 빨리 승전보를 알린것이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오앤텍(BioNTech) 과 공동개발한 화이자(Pfizer)다.
12월에 조기에 발표한 3상결과에서 90%이상에서 유효항체가 형성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연이어 3주간격 2차 접종까지 맞으면 무려 95%까지 효과가 올라간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로 시름하던 전세계는 주사를 맞지 않고도 이미 코로나가 정복된것마냥 들뜨게 되었다.
얼마나 들떴냐면 임상결과 소식이 나온 12월 3일 주가(S&P500) 마저 1.2% 솟 구칠 정도.
세계여러나라 (우리나라 제외)는 앞다투어 화이자 백신을 우선 확보하려고 서둘러 계약을 맺었고 미국은 백신급속도입 협의체 (Operation Warp Speed)를 통해 1억도즈를 19억5천불에 선점했다. 현재까지 공개된자료로 화이자는 누적으로 EU에 3억도즈, 캐나다 4천만도즈, 일본 1억2천만도즈 분량의 공급을 약속했다. 그외 수만은 나라들과 공급할 도즈 분량과 가격을 책정했다.
각국의 식약처 승인 과정이 남았지만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등 실제 투여되는 백신이기 때문에 아마 화이자가 승인신청만하며 바로 도장찍어줄 태세에 거의 어깨를 걷어 붙이고 기다린다고 봐야 된다.
5명 맞으면 1명 공짜
최근 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하던 일선 병원들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한다.
분명히 백신 한 바이알을 희석액에 섞은후 5회 주사분량이 있다고 적혀 있는데 애를 써서 긁어 모으니 6번째를 주사할 분량이 나온 것이다.
잠깐 주사기의 주입원리를 보자. 그림의 좌측 첫번째 주사기가 피스톨을 다 누르고도 일부 액체가 남아있는데 이를 사부 (dead space)라고 하며 용량으로 보면 84마이크로리터(uL) 정도다. 병아리 눈물보다도 적은양이긴 하지만 어쨌든 주사기에 마지막 남은 양을 끝까지 밀어 낼수 없으니 약의 일부는 버려지게 된다. 이 사부를 없앤 주사기(그림의 우측 네번째)를 저사부(low dead space, LDS)주사기라고 하며 버려지는 양은 2 uL 까지 줄어든다.
화이자 백신은 백신 바이알에 희석액(1.8ml)을 넣고 잘섞어 한번에 0.3mL 씩 뽑아서 접종한다. 이론상은 6번 나오지만 일반주사가 매번 84uL씩 버려지는걸 감안하면 5번 접종량만 나온다
하지만 LDS 주사기를 쓰면 버려지는 82uL까지 알뜰하게 모을 수 있으므로 5번 투여에 410uL(0.4mL)가량의 백신액이 모이고 한명 더 투약할 용량(0.3cc)이 충분히 남게 된다.
이스라엘에서는 일부 애매하게 남은 백신액까지 버리지 않고 우선순위가 아닌 일반인에게 주사하고 있다. 원칙에서 벗어나지만 적정용량이 아니라고 해가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일부는 소량으로도 항체를 형성 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비난할 필요가 없다.
이 LDS 주사기는 심지어 애매모호한 용량도 아니고 적정 분량을 확보해 5+1 효과를 내기때문에 오히려 LDS를 써서 더 많은 이들에게 접종하는 의료기관들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인류를 위한 화이자의 선택
자신들의 백신이 5+1의 혜자로운 상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화이자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난 아마도 가급적 백신투여에 LDS 주사기를 쓰라는 안내를 설명서에 추가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화이자는 일반 병원에서 5+1을 알아차리기 전부터 6번째 도즈를 알고 있었고 1월 초부터FDA를 압박해 계약사항을 변경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FDA에서는 한바이알에 5도즈라고 승인했는데 이번에 변경된 문구는 6도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화이자는 각국 정부와의 계약에서 바이알로 하지 않고 도즈로 공급양과 가격을 결정했다. 따라서 한바이알은 6도즈다라고 FDA 문구를 바꾸면 60억개 바이알을 예상한 계약자에게 50억개만 주고도 계약한 300억 도즈를 채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상품은 그대로인데 같은 돈 받고 당당하게 10억개를 덜 주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운건 계약자들이다. 이미 벨기에정부는 화이자가 백신바이알을 적게 보내는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화이자 대변인은 제한된 생산시설과 공공의료의 붕괴상황에서 라벨문구변경은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여 가급적 많은이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려는 노력이라며 거창한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런데 왜 자꾸 내눈에는 5+1 을그냥 6개로 팔려는 속셈으로 보이는지. 최초로 승인된 코로나백신으로 인류를 구했다는 좋은 덕망이 이렇게 돈앞에 무색하게 되었다.
어짜피 이정도 반 독점 공급이면 6번째 도즈는 보너스 내지 덤으로 줄 수는 없었을까? 구원자의 은혜로운 이미지를 기대했던 나로써는 아쉬움을 감출수 없었다.
화이자는 결국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기업일뿐인데 그런 형이상학적 가치를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을 높여 이윤의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덕에 화이자의 주식은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씁씁해도 어쩌겠는가. 한 바이알에 6도즈로 쥐어 짜 맞아도 그냥 빨리 달라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게 우리처지인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