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6일 화요일
사려니숲에 다녀온 날부터 다음날까지 큰 비가 내렸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몰아치더니 새벽에는 하늘이 잠잠해졌다. 잠깐 바다에 나가 파도를 보고 돌아오니 아침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마주하는 카페에 들어가니 빈자리가 없다. 겨우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남편은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카페에 빗물이 들이치며 소란스러워졌다. 남편과 나는 다시 일어나 카페에서 나가 차를 바다 끝에 주차시키고 책을 읽었다. 파도가 몰아친다. 다시 차를 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길을 달린다. 종달리 해변의 언덕에 차를 주차하고 바다를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가 되었다. 비와 바람과 바다를 마주하고 하루를 보낸다.
(비가 잠깐 그친 새벽 하도리)
2022년 4월 27일 수요일
제주에서 마지막 일정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우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 아이들과 우도에 다녀왔었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를 타고 섬을 돌아본 기억이 있다. 괌이나 사이판보다 맑고 투명한 바다가 기억난다. 아침 일찍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달려 종달항에서 9시 배를 탔다. 자전거를 나란히 배에 싣고 배가 출항한다. 지미봉이 멀어진다. 우도 하우목동항에 도착하니 사람들과 전기차로 북적인다. 자전거로 우도 바닷길을 달린다. 산호해수욕장을 지나고 우도 천진항을 지나 멀리 알록달록한 훈데르트바서 파크가 보인다. 세계적 예술가이고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의 예술과 환경보호 철학을 담은 리조트를 보고 싶었다. 훈데르트 윈즈 카페에서 도넛과 커피로 한숨 돌린다. 창으로 펼쳐지는 우도의 파란 바다가 눈이 시리다. 전시를 보고 싶었지만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을 피해 카페에서 나왔다.
(종달항에서 우도 하우목동항으로)
(우도봉에서 보이는 동쪽 오름들)다시 자전거로 우도봉(쇠머리오름)을 향해 달린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두고 완만한 우도봉을 걷는다. 바다 너머 성산일출봉, 지미봉, 동쪽의 오름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우도봉에서 검멀레해변을 지나고 우도의 새끼섬 '비양도'에 들어가 바다를 보고 다시 하고수동해수욕장의 하얀 모래와 해녀상을 지나 하우목동항에서 1시 30분 배를 타고 우도를 탈출했다.
종달항 앞의 음식점에서 갈치조림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문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세 번째 방문하는 가게의 주인아주머니는 다행히 고양이를 내치지 않는다. 가게 앞에서 차에 어미를 잃은 불쌍한 새끼라고 하시며 밥을 주어도 잘 먹지 않는다고 걱정하신다. 가게 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쪼그리고 않은 고양이가 안쓰러울 뿐이다.
(두문포갈치 음식점)큰 비가 내린 바다는 더 푸르고 맑았다. 종달항에서 하도리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를 마음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마당에 고양이 밥그릇을 가득 채웠다.
2022년 4월 28일
아침바다를 걷는다. 숨비소리길에 작은 꽃들이 피었다.
제주 한달살이 짐을 챙기고 집을 청소하고 마을을 걷고 괜한 아쉬움에 차를 달려 성산의 섭지코지에 다녀왔다. 저녁에 작은 화로에 불을 피우고 어둠이 내리는 마당에서 파도소리를 들었다.
2022년 4월 29일
아침 일찍 주인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남은 고양이 사료를 그릇에 가득 채우고 하도리를 떠났다. 숨비소리길을 달려 세화를 지나고 평대 바다를 지나 월정리 근처에서 주먹밥과 커피로 바다를 마주하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자전거로 달리던 바닷길을 눈과 마음에 담고 제주항으로 그리고 목포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월정리 바다)
제주에서 돌아온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눈을 뜨면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5월 종달리 바닷길에 바다를 닮은 파란 수국이 피었을 것이다. 마음으로 그 길을 걷는다.
에필로그
벚꽃잎이 떨어지듯 한달살이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저 아침이면 바닷길을 걷고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에 오름을 오르고 초록의 길을 걸었다.
최고의 봄이고 멋진 소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