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 사이의 길, 다랑쉬오름 앞에 갯무꽃이 들판을 가득 채운다. 아끈다랑쉬오름을 건너 용눈이 오름이 보이고 용눈이 오름 건너 손지오름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달의 모습을 닮은 다랑쉬 오름과 멀리서 보면 용이 누워있는 모습 같기도 하고 오름 가운데 움푹 파인 모습이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 하는 용눈이 오름, 한라산을 닮아 한라산의 손자라 이름 지어진 손지오름, 송당리의 아름다운 오름들 사이 길을 걷는다. 다랑쉬로를 걷는다.
(다랑쉬오름 앞)
파란색 간세와 화살표를 따라 걷는 제주 올레에 열광했던 사람들 중 하나인 나는 올레 패스포트를 가지고 도장을 찍으며 걸었다. 14코스에서 21코스가 열렸다. 올레를 걷고 제주의 오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제 오름과 오름 사이의 길을 걸어본다. 그저 작은 마을 길이지만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끈다랑쉬오름 앞에 차를 주차하고 세화리에서 사 온 김밥을 먹는다. 김밥과 커피의 단출한 점심이지만 식당의 전망은 5성급이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을 더하니 7성급이다. 다랑쉬 오름 앞으로 걷는다. 하얀색과 보라색이 들판 가득한 다랑쉬오름 앞에 웨딩사진을 찍는 젊은 커플이 있다. 꽃보다 예쁜 젋음이다. 길을 건너 아끈다랑쉬오름 옆 길로 들어섰다.
(아끈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사이 길)
초록과 검은 돌이 아름다운 밭길을 걸어 용눈이 오름으로 향한다. 용눈이 오름을 앞에 두고 걷는다. 초록의 싱그런 잎이 아름답다.
(용눈이오름)
자연휴식제로 출입통제인 용눈이오름 입구 의자에 앉아 오름을 본다. 비스듬히 누운 모양의 용눈이오름이 편안해 보인다. 차들이 들어온다. 출입통제를 확인하고 다시 나간다. 용눈이오름을 돌아 나와 밭길을 따라 걷는다. 손지오름으로 향한다. 머리에 삼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손지오름은 송당리의 유명한 오름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은 오름이다. 인적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옆길로 손지오름으로 들어섰다.
(손지오름)
오름을 앞에 두고 길인 듯 보이는 옆길로 들어섰다가 가시나무에 놀라 다시 나왔다. 찬찬히 둘러보니 오름 정면에 길이 있다. 길을 따라 정면으로 올랐다. 15분쯤 오르니 정상이다. 멀리 다랑쉬와 아끈다랑쉬가 보인다. 그리고 길 건너에 용눈이오름이 보인다. 정상에도 억새와 가시나무가 가득하다. 가운데 분화구가 보이고 분화구를 따라 둘레길이 있는데 입구를 찾기 쉽지 않다. 억새가 살짝 눕혀진 좁은 길을 따라 길을 걸었다. 억새에 묻혀 걷는다. 억새와 바람과 오롯이 오름을 느낀다. 분화구 둘레길을 돌고 다시 입구로 나오려는데 철조망으로 막혀 길을 찾기 힘들었다. 힘들게 입구를 찾아 손지오름에서 내려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천혜향을 먹으려는데 남편이 카메라 뚜껑이 보이지 않다고 한다. 남편은 보물 1호인 카메라, 캡을 찾아 다시 손지오름으로 돌아갔다. 10분쯤 멀리 손지오름 정상에서 야호!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편이 캡을 흔들며 내려온다. '손지오름이 나를 보내기 싫은 모양이야!'
(손지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
보내기 싫다는 손지오름에서 다시 다랑쉬오름을 향해 걷는다. 다랑쉬오름이 다가온다. 다랑쉬오름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랑쉬굴' 표시를 보았다. 밭길을 따라 걸어가니 길 위에 빨간 깃발이 바람에 날린다. 조금 더 걸어가니 제주 4.3 유적지(다랑쉬굴 입구) 표시가 나왔다. 나는 그곳에서 멈추었다. 길 아래 하얀 줄과 길 위의 깃발만으로 충분하다. 다랑쉬굴까지 다녀온 남편은 돌로 입구간 막힌 굴과 그곳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