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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07.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일본 나오시마(1)

다카마쓰의 바다.

2016년 2월 23일 일본 다카마쓰


'안도 다다오'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고졸 프로 권투 선수 출신이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성공을 이루어 낸 살아있는 신화적 인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우연히 들른 제주의 뮤지엄이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빛의 교회' 사진을 보았다. 콘크리트 사이의 빛이 내려온다. 무심하게 내리는 빛은 십자가가 되어 살아 숨 쉰다. 놀라운 단순함이었다. 그리고 나오시마를 알게 되었다. 세토의 버려진 나오시마 섬이 교육 관련 기업 베네세 홀딩스, 안도 다다오 그리고 섬 주민 등의 협력으로 예술의 섬으로 바뀐다. 섬 자체가 예술품이다. 지중미술관과 베넷세 하우스. 이우환 미술관이 있고 섬 곳곳에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항공료가 가장 싼 2월, 다카마쓰로 떠났다. 오후 4시 30분 도착이다. 오늘은 다카마쓰를 둘러보고 내일 일찍 나오시마로 떠난다. 내일은 나오시마 베넷세하우스 뮤지엄 호텔 1박을 예약했다.


다카마쓰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로 한 시간, 다카마쓰 항 바로 옆 JR Hotel Clement Takamatsu에 체크인하고 동네를 둘러보러 나섰다.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상가 '마루가메 마치'를 향해 걷는다. 저녁식사를 위해 딸이 찾은 동네 밥집을 찾아 골목을 들어섰다. 구글 지도와 씨름하다 보니 작은 간판이 보인다.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좁은 밥집이다. 아주머니가 음식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음식점 ' 旅  '  

여주인의 따뜻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가게. 좁은 좌석에 앉아 정식 2인을 주문했다. 생선 조림과 참치, 야채와 절임, 초록 생 아스파라거스가 사각사각 달콤하다. 새우 두 개와 주꾸미 해산물의 간결한 맛. 짧은 일본어로 너무 맛있다고 연신 말하자 서빙하던 아가씨가 한국어로 반갑다며 인사한다. 아주머니의 요리는 집밥의 최고 지존이라고 말하니 아주머니가 급히 주먹밥과 빨간 딸기를 서비스라고 내주었다. 나의 일본 여행 중 최고의 주먹밥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식당을 검색해보니 폐업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아쉽다. 일본 최고의 집밥을 다시 맛보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부른 배를 안고 나오는데 서빙하는 젊은 아가씨가 우동의 고장에 온 걸 환영한다고 한다. 유학 와서 아르바이트하는 착한 얼굴의 아가씨는 다카마쓰의 우동이 너무 맛있어 삼시세끼 우동을 먹었더니 몸무게가 엄청 늘었다고 웃는다. 주인아주머니가 마지막에 덤으로 주신 주먹밥이 아니었으면 최고의 우동을 찾아 나섰을 수도 있었다.


아케이드를 따라 걷는다. 예쁜 물건이 가득한 작은 상점을 지난다. 고개를 들어 상점 간판을 읽어본다. 한동안 동네 농협문화센터에서 일본어를 배웠다. 수업에 참석하는 시간보다는 결석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시간이 지나 초급에서 중급으로 올라갔지만 나의 일본어 실력은 초급에서 더 아래로 내려왔다. 역시 외국어는 매일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최저가 항공과 취소 불가 조건의 최저가 호텔을 매일 들여다보고 일본에 오면 기차역 이름과 간판을 읽을 수 있다. 돈가스 메뉴판에서 로스까스와 히레까스를 읽어내는 것으로 일단은 만족한다. 매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면 일본어를 다시 열심히 공부하리라고 다짐해본다.


해가 지고 긴 아케이드의 가게 문이 하나 둘 닫힌다. 다카마쓰 항으로 걷는다. 멀리 공장인 듯, 카페인 듯 오래된 나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불빛이 밤하늘에 빛난다. 한적하고 쓸쓸한 바다를 걷는다. 바다는 잠들어있다. 어두운 바다 건너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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