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동 누나 Jul 07.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일본 나오시마 (2)

땅 속에서 모네의 물의 정원을 마주하다.

2016년 2월 24일 일본 다카마쓰 - 나오시마


이른 아침에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었다. 여행지에서는 아침을 잘 먹어야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른 아침을 풍성하게 먹었지만 딸은 나오시마로 떠나기 전에 최고의 우동 두 곳에서 경건하게 맛을 보아야 한다며 아침을 걸렀다.


다카마쓰의 자랑인 리쓰린 공원에는 매화가 활짝 피었다. 벚꽃 피는 계절에 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는데 분홍, 하얀 매화가 반겨준다. 1625년부터 만들어진 공원에 꽃과 나무와 물, 작은 새들이 이른 봄의 풍경을 선물해준다.

(리쓰린 공원)

매화에 취해 리쓰린 공원을 걷고 공원 건너 '사누키우동 우에하라야본점' (1-chrome-18-8 Ritsurincho, Takamatsu, Kagawa)으로 향했다. 다카마쓰는 가가와현, 사누키 우동의 고장이다. 가게 안 사람들은 식판에 그릇을 들고 주문을 하고 뜨거운 혹은 차가운 우동을 받아 급하게 후루룩 먹는다. 두 번째 우동투어는 버터우동으로 유명한 '우동 바카이치다이' (1-chome-6-7 Tagacho, Takamatsu, Kagawa)이다. 느끼한 버터우동에 도전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면발에 묻어나는 고소한 버터가 나쁘지 않다. 아침 10시에 줄지어 선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가면 저마다 작은 우동그릇을 들고 논문을 쓰려는 듯 열심히 맛을 본다. 가가와현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우동 바카이치다이   /    버터우동 )

두 곳의 우동투어를 마치고 열심히 걷고 또 걸어서 다카마쓰 항에 도착했다. 12시 40분 페리를 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멀리 나오시마섬이 다가온다. 쿠사마 야요이의 빨강 호박이 인사를 한다. 1시 30분 나오시마 항구에 도착했다. 베넷세하우스에서 숙박을 예약하면 섬을 일주하는 베넷세하우스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작은 항구에 작고 깨끗한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하얀 장갑을 낀 인상 좋은 운전사 아저씨가 짐을 차에 올려주고 운전석에 앉는다. 섬은 작고 조용하다. 첫 번째 정류장 '지중미술관'에 내렸다. 우리가 가져온 캐리어는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호텔로 가져다준다. 짐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한결 편하다. '지중미술관 地中美術館'이름 그대로 건물 대부분이 지하에 매설된 독특한 미술관이다. 자연과 하나 되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지하로 이어지는 비스듬한 입구를 따라 걷는다. 건물은 지하에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연의 빛을 느낄 수 있다.

(지중미술관 입구)

 

(지중미술관의 전시 안내)

차가운 콘크리트 길을 따라 어두운 골목을 들어서 '클로드 모네'의 수련 방으로 돌아섰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입구를 지나 고개를 돌리니 영원할 것 같은 하얀 거대한 벽 앞에 모네의 아름다운 수련이 있다. 지베르니의 연못과 햇살과 아름다운 수련이 눈앞에 살아있는 듯 느껴졌다. 나는 딸 이름을 불렀다. 갑자기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 올라왔다. 창으로 쏟아져내리는 2월의 너무 밝지 않은 햇살과 하얀 벽, 그리고 수련 앞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딸이 다가오고 작은 탄성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바닥에 앉은 젊은 여자가 울고 있었다.

(ANDO  Complete Works 책에서 찍은 사진)  지중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지중미술관 모네의 수련

3일 동안 붉은 모래 길을 달려 마주한 거대한 울룰루 바위를 보았을 때, 수 억만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단단히 서 있는 바위 앞에서 나의 작고 소심한 인생의 걱정과 기도를 내려놓는 그런 마음이었다. 나오시마를 다녀오고 3년 후,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과 지베르니에 다녀왔다. 오랑주리 미술관 개관시간에 맞추어 기다리고 가장 먼저 들어가 역시 하얀 벽과 모네의 수련과 마주했다. 물론 아름다웠고 다시 가슴 뛰는 경험이었지만 지중미술관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그림의 위치가 조금 아래에 전시되어 가깝게 느껴지는 때문인지 바닥의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에 반사되는 자연광 때문인지 모르겠다.


월터 드 마리아 Walter de Maria의 작품, 직경 2.2M 구체와 금박을 입힌 27개의 목재조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계단을 한 걸음 오를 때마다 햇빛에 반사되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신전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 Walter De Maria 'Time/Timeless/No time)  Benesse Art Site Naoshima 홈페이지 사진


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 Open Field'. 형광과 네온을 활용한 공간으로 직접 들어간다. 계단을 오르면 푸른 공간으로 들어간다. 파란 세상이다.

( James Terel 'Open Field' )   Benesse Art Site Naoshima 홈페이지 사진

제임스 터렐의 또 다른 작품 '오픈 스카이 Open Sky'. 벤치 모양의 벽에 앉아 천장에 네모난 구멍을 내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벽에 반사된 빛으로 만든 작품, 에이프럼, 페일 블루 Afrum Pale Blue가 있다. 벽에 빛이 반사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입체로 보인다. 터렐은 빛의 마술사이다.

제임스 터렐 '에이프럼, 페일 블루 Afrum Pale Blue'/     Naoshima Nature, Art, Architecture  책 사진


 

작은 섬의 작은 미술관에서 느끼는 거대한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제목처럼 Time/Timeless/No time 영원의 시간을 경험했다. 지중미술관의 차가운 회색 벽을 돌아 밖으로 나오자 나무와 하늘과 이제 막 겨울을 보내고 다가오는 이른 봄의 햇살이 조금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딸과 말없이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다. 멀리서 버스가 다가오고 하얀 장갑을 낀 인상 좋은 운전사 아저씨의 작은 버스를 타고 이우환 미술관으로 향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