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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08.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일본 나오시마 (3)

미술관에서 밤을 보내다.  Live and Die!

2016년 2월 24일 일본 나오시마


얌전히 도착한 이우환 미술관 앞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2월의 갑작스러운 빗줄기가 쏟아져내리고 우산도 없이 딸과 나는 좁은 콘크리트 벽 사이 길을 달려 미술관으로 뛰어들었다.


한국 작가의 미술관을 나오시마에서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행복했다. 이우환 미술관 역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정원에 조각 작품이 있다. 이우환 미술관의 입구는 높은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우환의 작품 12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우환 미술관  기둥의 광장)
(이우환 미술관 입구로 들어가는 좁은 길. 소나기가 내리고)

일본의 획기적 미술운동인 모노파(物派)를 주도한 이우환은 나오시마의 미술관이 명상을 위한 공간이기를 원했다. 미술관은 3개의 방 (만남의 방, 침묵의 방, 명상의 방)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조그만 돌 그림자의 방이 있다. (사진/ 일본 이우환 미술관 홈페이지) 이우환의 작품은 단순하다. 그러나 풀기 힘든 문제다!

(만남의 방)                                        (침묵의 방)
(명상의 방)                               (돌 그림자의 방)


이우환 미술관 아트샵에서 예쁜 우산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멈추었다. 다시 작은 버스를 타고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호텔에 도착했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호텔(Benesse House)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 겸 호텔이다. 폐점시간 이후에도 하룻밤 묵으며 미술관의 작품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베네세하우스 4개 숙박동 (뮤지엄, 오벌, 파크, 비치) 중에서 딸과 나는 뮤지엄에서 1박을 한다.


(딸과 머물렀던 베네세하우스 뮤지엄동 객실 에서 바라보는 세토내해의 일몰)

이른 아침에 우동투어를 했지만 그림을 찾아 나서는 길은 역시 배고픈 일이다. 베네세하우스 근처에는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저녁식사를 예약했다. 저녁은 프렌치 음식과 일식 가이세키 정식이 있다. 일본에 왔으니 가이세키 정식을 주문했다. 깔끔한 식당 벽에 앤디 워홀의 꽃 연작이 예쁘게 걸려있고 유리창 건너 노출 콘크리트 벽에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딸의 사진, 그날의 식사 메뉴  와 식사)
(베네세 하우스 일식당 ISSEN /  홈페이지 사진)

베네세하우스의 저녁식사는 물론 나의 예산을 초과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가격을 넘어서는 완벽한 식사였다. 아니 예술이었다. 어제 식당 '旅'에서의 저녁도 오늘의 식사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은 밖으로 향해 열린 구조를 가져 실내 전시뿐만이 아닌 외부에서도 자연을 만끽하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저녁을 먹고 미술관의 조명이 사라지는 10시까지 작품을 찾아 걸었다. 지하 1층 히로시 스기모토의 'Time Exposed' 등 21개의 작품, 1층 리처드 롱의 'Full Moon Stone Circle' 등 14개의 작품, 그리고 2층에 5개의 작품이 있다. 베네세하우스 뮤지엄에서 사진 촬영은 불가하다. (아래 사진/Benesse Art Site Naoshima 홈페이지, 'Naoshima Nature, Art, Architecture' 책 사진, Ando Complete works 책 사진)


전시실 입구에 만국기가 걸려있다. 유키노리 야나기의 'The EC Flag Ant Farm #1'이다.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성인 사이즈 마네킨이 인사를 하며 중얼거린다. 조나단 보롭스키의 '지껄여대는 세 남자 Three Chattering Men'이다. 웅얼거리는 세 남자를 지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납작한 원형 모양의 두 개의 돌 위에 앉아 하늘을 볼 수 있다. 야스다 칸의 '하늘의 신비 The Secret of the Sky'이다. 그림을 찾다 힘들면 문을 열고 나가 돌 위에 앉는다. 저녁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차가운 바다 바람이 스쳐간다. 잠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느껴진다. 다시 일어나 문을 열고 미술관으로 들어온다. 조용한 복도에 세 남자의 소리가 흔들린다.

조나단 보롭스키의 '지껄여대는 세 남자 Three Chattering Men'
야스다 칸의 '하늘의 신비 The Secret of the Sky'
요시히로 '잡초  Weeds'

계단 벽면에 진짜 잡초를 전시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무를 조각해서 만든 조각품이다.


리처드 롱의 작품 '세토내해로 떠내려온 나무로 만든 원'과

'에이본 강 진흙으로 그린 원' 은 나오시마의 버려진 나무들과 흙들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Full Moon Stone Circle, Inland Sea Driftwood Circle , River Avono Mud Circles by the Inland Sea'

뮤지엄 큰 문을 열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회색 벽에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바다 풍경이다.  2년 전 '리움미술관'에서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 전시를 보았다. 흑백 늑대 사진이 너무 강렬했던 기억이 있다. 

히로시 스기모토 '노출된 시간 Time Exposed'

뮤지엄에 어둠이 내리고 내부로 돌아오니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일 뿐 어둠에 갇힌 뮤지엄이 한산하다. 딸과 나는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다시 미로처럼 연결된 복도를 걷는다. 지하 1층 원통형의 홀에 브루스 나우먼의 작품 '100개의 삶과 죽음 100 live and Die'를 지나간다. 정사각형의 네모판에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4행 25줄로 단어가 빠르게 점멸한다.  'Well and Live', 'Kiss and Live', 'Old and Die', 'Love and Die'등 삶과 죽음과 수많은 일상의 단어가 반복된다. 천장의 둥근 창에 어둠이 내리고 반짝이는 글자는 더 선명해진다. 'Live'와 'Die'가 빛난다.

브루스 나우먼  '100개의 삶과 죽음 100 live and Die'


딸과 나는 그림을 찾고 그림을 보고 걷고 생각하고 느낀다. 브루스 나우먼의 작품처럼 Live and Die를 실행하고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자정의 시간은 아니지만 밤 10시에 브루스 나우먼의 네온사인 불빛이 사라졌다. 사라진 불빛 사이로 거대한 세 남자 Three Chattering Men의 이상한 흐느낌 소리를 들으며 딸과 회색의 복도를 돌고 돌아 어둠이 내린 바다가 보이는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한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아도 'Live'와 'Die'의 불빛이 오래도록 나의 망막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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