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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10.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일본 나오시마(5)

혼무라의 오래된 집, 원효로의 엄마의 집

2016년 2월 25일


베네세하우스에서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 내린 곳은 혼무라 지역의 마을이다. 오래된 마을이지만 깔끔하다. 다카마쓰로 돌아가기 전에 데시마 섬의 계단식 밭 한가운데 둥근 미술관을 보고 싶었지만 나오시마에서 데시마 섬으로 다시 다카마쓰로 가는 배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 덕분에 '이에'家'프로젝트'를 볼 수 있었고 그 또한 행운이었다.


'이에(家) 프로젝트'는 혼무라 지구의 오래된 가옥과 무너지기 직전의 신사를 예술로 탈바꿈한 프로젝트이다. 현지 주민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지도를 보고 이에 프로젝트 1호인 '카도야 Kadoya'로 향한다. 미디어 아트 작가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이다. 200년 전에 지어진 집을 복구해서 작품을 설치했다.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운 다다미 방의 바닥에 물이 있고 바닥에 노란색과 빨간색의 숫자가 반짝인다. 숫자가 반짝이는 모습이 방바닥의 물에 반사된다. LED 디스플레이로 각자의 속도로 숫자가 점멸한다.

카도야 'Kadoya' / Naoshima Nature , Art, Architecture 책 사진

카도야에서 나와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미나미데라'Minamidera'를 향해 걷는다. 동네 집 담 위에 빨강 검은 호박이 올려져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다른 버전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사진을 찍는다. 미나미데라는 기존의 절을 허물고 안도 다다오가 그을린 목재로 건물을 만들고 그 안에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대기하며 집을 찬찬히 둘러보니 그을린 목재의 질감이나 색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모이고 입장한다. 내부는 어둠이다.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벽을 손으로 만지며 이동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망막이 익숙해진 듯 앞에 푸른빛이 나타난다.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뒷면 Backside of Moon'이라는 작품이다. 이름이 너무나 멋지다.

미나미데라 Minamidera /  Benesse Art Site Naoshima 홈페이지 사진

2014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Ledigos를 출발하고 그날 밤 Bercianos 지역의 알베르게 (Albergue de Peregrinos)에서 주인 부부와 순례자들이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잠이 들었다. 그 지역은 끝없는 메세타 지형이다. 밤중에 눈을 뜨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손 끝도 보이지 않았다. 대평원의 어둠이 외로운 집을 감싸고 나는 완전한 어둠을 보았다. 도시의 불빛에 익숙한 나에게 어둠이 신비로웠다. 산티아고 순례길, 대평원의 어둠을 안도 다다오가 만든 미나미데라에서 다시 보았다. 그을린 짙은 목재로 감싼 건물에 창문이 없는 이유이다.


고오 신사 'Go-o Shirine'를 찾아 걷는다. 산길로 올라간다. 에도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신사에 볼록렌즈로 만든 유리 계단이 얹어 있다.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좁을 길로 들어가 언덕 아래 동굴로 들어가면 지하와 본전의 유리 계단이 연결되어 있다. 베네세하우스 사진작가 히로시 스기모토의 작품이다.

고오 신사 'Go-o Shirine/   좁은 길을 걸어 계단을 오른다.

하이샤는 치과의사라는 뜻이다. 치과 병원이고 가정집이었던 건물을 오다케 신로가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건물 외부에도 내부에도 전시가 가득하다. 재미있다. 내부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하이샤 Haisha / 오타케 신로, 베네세하우스 야외전시장에 잘려나간 배를 설치한 작가

다다미 방바닥에 손으로 조각한 동백꽃이 있고 정원에는 진짜 동백나무가 있는 '고카이쇼 Gokaisho'와 혼무라 지역의 소금 상인의 집, '이시바시 Ishibash'둘러보고 나와 삼나무를 태워 담장을 만든 골목길을 걷고 또 걸었다. 농협 앞 작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작은 버스를 타고 빨강 호박이 기다리는 미라노우라항에 도착했다.


다시 배를 타고 다카마쓰로 돌아와 JR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저녁이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혼무라의 '이에 프로젝트' 지도를 들고 돌아다니느라 점심을 걸렀다. 나오시마로 떠나기 전 아침에 먹었던 우동집을 찾아 걸었다. 이번에는 버터우동이 아닌 따뜻한 우동이다. 이른 저녁이지만 사람들이 가득한 우동집에 기계처럼 사람들은 주문을 하고 우동 그릇을 받아 들고 저마다 자리를 잡고 후루룩 먹는다. 사람들이 나가고 다시 들어온다. 마음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행 에세이에서 언급한 손님들이 직접 텃밭의 파를 뽑아와서 우동에 넣어 먹는 우동집에 가고 싶지만 너무 먼 거리다.


다카마쓰 항에 어둠이 내린다.

오래전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서도호의 '집'이 떠오른다. 푸른 천으로 만든 거대한 집과 작은 미니어처로 만든 집, 뉴욕의 타운하우스에 한옥이 충돌했던 집이 생각난다. 2년 전 엄마는 고관절 수술을 앞두고 어린 시절을 지냈던 원효로를 찾아  혼자 시간을 보내고 오셨다. 서울 토박이인 엄마는 서울에 전차가 다니던 그때를 말씀하시며 엄마의 일곱 자매가 함께 성장한 원효로 집터라도 보고 와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집은 무엇일까?


나에게도 나의 아이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영혼의 집이 있을까? 어릴 때 외할머니의 집에 사촌들이 모여 저녁이면 달을 보러 간다고 좁은 다락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달은 크고 노랗고 무서웠다. 누구 하나 소리를 지르면 아이들은 우당탕 계단을 뛰어내려와 할머니 방으로 이불속으로 숨었다! 어둠, 낮은 지붕 위 달의 뒷면 그리고 좁은 계단을 떠올리며 다카마쓰의 바다와 달을 바라본다.


내일 아침 딸과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야겠다. 30년째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오래된 신도시의 작은 언덕을 올라 달의 뒷면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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