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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12.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겨울 도쿄(1)

'완성'이라는 것은 단지 과정일 뿐이다.  야마다 마사키

2016년 12월 11일


그해 12월, 엄마가 내가 사는 일산으로 이사 오셨다. 내가 이사하는 일도 힘들지만 엄마의 이사를 진행하는 일은 더 힘들었다. 엄마는 결정을 계속 바꾸고 그때마다 화를 내셨다. 돌이켜보면 자식들 곁에서 특히 딸 옆에서는 살지 않는다는 당신의 신념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멀리 미국에 있는 아들은 그리운 존재이고 곁에 있는 딸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파 주위보가 내린 겨울날 이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인천공항으로 그리고 도쿄로 떠났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일본 미술관에 관한 책을 한 권 들고 나리타 공항에 내렸다.


최저가 항공권은 이유가 있다.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긴자'까지 스카이라이너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하철 요금이 2,740 JPY이다. 다음에 온다면 하네다 공항을 선택해야겠다. 호텔 '몬테레이 라 • 소우르 긴자'는 위치와 가격이 합리적인 반면 내부는 좁다. 그래도 깔끔하다. 짐을 두고 나오니 점심시간이다. 숙소를 긴자로 정한 이유는 쓰키지 수산시장과 미쯔코시 백화점 때문이다. 영화 '암살'에 나오는 미쯔코시 백화점 때문일까. 호텔에서 큰길로 나오니 거대한 건물들의 숲이다.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는 날씨도 춥지 않다. 딸과 작은 식당에서 장어덮밥을 먹고 미쯔코시 백화점과 연결된 긴자 역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목적지는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okyo)이다.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okyo), MOMAT

지금도 첫날 첫 번째 미술관을 왜 국립 근대미술관으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름 때문이다.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 'MOMAT'이라는 이름은 뉴욕의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를 떠올린다. 솔직히 나는 근대미술관이 아니고 현대미술관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일본 최초의 국립미술관, '국립 근대미술관 MOMAT'을 둘러본다. 20세기 초부터 현대에 이르는 일본 미술작품과 현대작품을 전시하는 상설전시가 있고 Yamada Masaaki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Yamada Masaaki 전시 포스터와 Yamada masaaki 아뜰리에 전시

미술관 안은 조용하다. Yamada Masaaki의 그림과 그의 아뜰리에를 본다. 줄무늬 모티브로 유명한 그의 그림과 그의 노트가 전시되어있다. 'The nucleus of painting is human beings, you know.(1967)', 'Do not complete things, Completion is just a progress.'라는 그의 노트가 인상적이다. '완성'이라는 것은 단지 과정일 뿐이다'라는 말은 한 예술과의 집념과 올곧은 삶을 표현한다.

(Endless : the Paintings of Yamada Masaaki 전시 안내서)

그의 초기 구상 작품부터 비구상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고(그의 아뜰리에 전시 말고는 사진 촬영이 불가했다.) 근대미술관의 상설전시를 둘러보고 미술관 복도에서 두 남자가 마주 보는 조각을 지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달렸다는 기타노마루 공원을 내려다보았다. 공원에 해가 진다.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달린다. 아트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다.  

(복도의 조각품 /   MUSEUM  SHOP)
(저녁의 국립근대미술관/  기타노마루 공원)


국립 근대미술관에서 내려오니 저녁이다. 공원 옆 길을 내려와 지하철을 타고 긴자역으로 나오니 화려한 도시의 밤이 밝았다. 도쿄의 번화가를 점령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어디론가 걸어간다. 미츠코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먹을 것을 챙기고 다시 도시의 뒷 길을 걸어 호텔로 돌아왔다.


(화려한 긴자의 밤)


숙소의 좁은 침대에 누워 'I have to keep working.'이라는 야마다 마사키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왜 도쿄에 왔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사흘 밤을 지내면 집으로 돌아간다. 나의 숙제는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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