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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13.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겨울 도쿄(2)

즐거운 시간은 방울이 언덕을 굴러가는 소리를 남기며 빠르게 지나갑니다.

2016년 12월 12일


이른 아침,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도쿄의 수산시장 '츠키지 시장'으로 걷는다. 긴자의 화려한 호텔 뒷골목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조용하고 청소부의 빗질 소리만 요란하다. 일본의 전통 공연장 '가부키자'를 지나간다. 도쿄 긴자를 상징하는 '가부키자'의 공연을 보지 못해도 공연장 내부라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새벽 츠키지 시장으로 걸어가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부키자 극장)

츠키지 시장은 깨어있다. 장외시장 골목의 작은 가게로 들어간다. TV에서 보았던 100엔 계란말이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사시미, 초밥, 조개구이,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야채가게도 보인다. 딸과 계란말이를 시작으로 조개구이와 참치 초밥을 먹었다.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지만 여행지에서는 예외다.

(츠키지 시장)

장외시장을 둘러보고 새해에 참치 경매 뉴스로 유명한 장내시장으로 들어갔다. 초밥 가게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장외시장으로 나와 길가의 라면집에서 아침식사 마지막 메뉴로 연기가 펄펄 일어나는 뜨거운 라면을 먹는다. 일본에서 먹어본 최고의 라면이다.


츠키지 시장에서 너무 풍성한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 중에서 딸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타워 레코드 Tower Records' 시부야점으로 향했다. '타워 레코드'는 일본에 여러 지점이 있지만 시부야 점이 가장 큰 매장이다. 타워레코드는 미국의 대형 음악 소매 체인점이다. 미국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부 철수했지만 일본의 경우 오타쿠들의 힘으로 살아남았다.

타워레코드 시부야

7층에서 클래식 CD와 LP를 찾다가 6층 JAZZ를 듣고 딸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매장 구석구석을 찾아 일본에서 발매된 마음에 드는 CD를 할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No Music No Life'처럼 누구나의 인생에 음악이 없다면 삶이 아닌 순간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과 헤어진 나의 오래된 친구는 헤어짐의 순간 카페에서 들었던 노래를 수십 년 지난 지금도 애틋하게 간직한다. ABBA의 노래 'Thank you for the Music'처럼 나는 특별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이 노래의 주인공처럼 노래를 잘 부르는 재주도 없다. 그래도 음악이 좋다. 때로는 첼로의 선율이 그리고 노래가 따뜻한 친구가 되어준다. 일본에서 Tower Records가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도 이 번잡한 도시에 외로운 사람들이 더 많아서일까!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인 시부야를 떠나 오모테산도 방향으로 걷는다. 깔끔하고 멋진 가게가 이어진다. 딸아이가 찾은 '더 로스터리 바이 노지 커피 THE ROASTERY by NOZY COFFEE' 가게로 들어가 훌륭한 라테와 도넛을 주문했다. 젊고 멋진 젊은이들이 커피를 만들고 커피를 마신다. 젊음의 거리다.

'더 로스터리 바이 노지 커피 THE ROASTERY by NOZY COFFEE'

아침 일찍 나왔는데  오후 3시를 넘기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롯폰기 힐스로 이동한다. 모리타워 52층은 전망대, 53층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모리 미술관 Mori Art Museum'이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라고 말한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미술관들과는 달리 모리 미술관은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미술관에서 나와 옥상 전망대 스카이덱으로 가서 야경을 본다. 도쿄타워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이다.


모리 미술관의 전시는 'The Universe And Art' , 우주를 소재로 조각 등 작품, 비디오 아트를 볼 수 있고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천체 지도 등도 전시되어있다.

(모리 미술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조각작품 전시 포스터/  작품 )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이는 미술관을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 전망대로 올라갔다. 도쿄의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도쿄타워가 화려한 조명을 빛내고 있다. 사람들이 가득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롯폰기 힐스 건물 1층으로 내려왔다. 밖으로 나오니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 '거미 Maman'이 모리타워의 문을 지킨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다 작은 라면집으로 들어가 유자 라면을 먹었다. 유자 향이 잘 어울린다. 아침과 저녁에 라면을 먹었지만 맛있다.

(모리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쿄 타워와 도쿄 도심)


긴자의 밤거리는 어제보다 화려하게 느껴진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된 백화점을 지나 조금 덜 화려한 골목으로 들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영화 '도쿄타워'에서 오다기리 조는 말한다."즐거운 시간은 이렇게 방울이 언덕을 굴러가는 것처럼 소리를 남기며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우주도, 영원한 음악도, 도쿄타워의 불빛도 그리운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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