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지 시장으로 출근한다. 피곤한 몸과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몽롱한 정신이 '가부키자'를 지나고 멀리 시장의 분주한 모습이 보이면 구름이 걷히듯 맑아진다. 시장 입구 큰길에 라면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어제의 라면 가게를 지난다. 키가 작은 아저씨가 펄펄 끓는 국물을 라면 그릇에 부어 낸다. 찻길가 테이블에 서서 라면을 먹는 사람들, 그 옆을 지나는 차들이 소리를 낸다. 분주하고 살아있는 아침 풍경이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어제의 참치 가게에서 참치 김초밥을 두 개 주문했다. 젊고 씩씩한 아들 또래의 청년 둘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좌판에서 익힌 성게를 먹어보고 관자 꼬치도 먹고 골목을 들어가 야채가게를 지나고 멜론 한 조각으로 아침을 끝낸다. 라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으나 일단 오늘은 패스한다.
(츠키지 시장)
오늘의 일정은 딸의 선택이다. 지하철을 타고 시부야로 다시 다이칸야마 역에서 내린다. 역에서 나와 멋진 가게를 지나고 걸어가는데 'TSUTAYA '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츠타야'TSUTAYA' 서점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일본의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츠타야 서점 입구 / 2층 3관에서 2관으로 이어지는 다리)
(츠타야 서점 외부에서 찍은 사진)
1층 스타벅스가 있는 3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와 2관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면 라운지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1층에 전문적인 책들, 여러 종류의 잡지와 사진집, 애니메이션 책들과 굿즈들이 있고 2층에는 LP와 CD 음반에 관련된 책들과 굿즈, 음악을 듣고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다 아칸 야마 츠타야 서점은 T-Site 츠타야라고 하며 나무로 둘러싸인 3 동의 건물이 책과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쉼터를 제공해 준다.
부러웠다. 나무로 둘러싸인 초록의 공간도 부럽고 흰머리카락을 숙이고 책을 정리하는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부러웠다.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츠타야에서 행복하게도 길을 잃었다. 1층에서 고양이 사진집을 보다가 2층으로 올라가 음악을 듣고 다시 카페로 가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내려와 여행책을 보고 밖으로 나가 초록의 정원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착한 개들을 지켜보았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정원)
다이칸야마 츠타야에서 에비스 역으로 그리고 도쿄도 사진미술관(Tokyo Metropolitan Museum Of Photography)으로 걷는다. 일본 내 유일한 사진 영상 미술관, TOP 뮤지엄이다. 입구가 멋지다.
(도쿄도 사진미술관 TOP MUSEUM 입구 / 딸의 사진중에서)
개관 20주년 기념 'Tokyo Tokyo and Tokyo'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오래된 시간의 도쿄의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Tokyo Tokyo and Tokyo' 전시 안내서)
맥주 회사 이름이 동네 이름이 되어버린 에비스 역으로 걸어가 지하철을 타고 니혼바시 가야바초 역까지 돌아가 딸이 찾은 동네 꼬치구이 음식점 Yakitori Miyagawa에서 하얗고 투명한 가라아케와 튀김 등 저녁을 먹었다. 가게는 작지만 알차다. 퇴근길에 들른 동네 사람들인 듯, 서로 인사를 나누고 흥겹게 술을 마신다. 작은 음식점 사장님은 딸과 나에게 한국의 위태로운 정세를 물어본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비를 맞고 걸어 지하철을 타고 긴자역으로 나오니 역시 화려한 도시의 조명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Seoul Seoul and Seoul'의 모습은 어떨까? 오래된 서울의 모습은 그리고 오늘의 모습은 어떻게 남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비를 맞으며 긴자의 뒷골목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