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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Jul 17. 2022

그림 찾기를 해볼까! 겨울 도쿄(4)

도쿄의 겨울 그리고 봄이 온다.

2016년 12월 14일


시장으로 간다.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아웃사이더에게 시장은 인사이더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시끌벅적한 사람들과 물건 사이를 지나다 보면 닫힌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사소한  물건에도 눈 맞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츠키지 시장 참치 가게 앞에서 예쁘게 담긴 2 조각의 참치를 들여다 보고 계산하려 하는데 목소리 큰 젊은 청년이 우리를 알아보고 어제도 오지 않았는지 묻는다. 나는 "3일째 오고 있다.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청년은 웃으며 참치 두 팩을 포장해 주면서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결국 웃으며 참치 두 팩을 그냥 받고 초밥 한 팩을 더 사서 그 가격만 계산했다. 청년은 씩씩한 목소리로 다음에도 오라고 말했다.


호텔로 돌아와 참치회와 참치 초밥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긴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 역으로 가서 역 라커에 캐리어를 두고 우에노 공원으로 나간다. 우에노 온시공원은 메이지 시대에 공원으로 지정된 일본에서 가장 역사 깊은 공원이다. 동물원과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Wester Art, Tokyo)이 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설계한 국립서양미술관이 보인다. 로뎅의 칼레의 시민들, 생각하는 사람 등 작품을 전시하는 정원을 지나간다.

(국립서양미술관 / 르 코르뷔지에 건축)
(국립서양미술관 야외조각 / 로뎅 '지옥의 문' / 부르델 '활쏘는 헤라 클래스')

국립서양미술관 작품은 마쓰카타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19세기 -20세기 전반 회화 및 조각,  인상파와 입체파 화가 등 최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계단을 올라 천천히 올라간다. 2층 상설전 전시장은 천장의 높이가 낮고 조명도 어두운 듯해서 처음에는 답답하고 당황스럽다. 반면 조각 작품은 높은기둥과 자연 채광 아래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을 천천히 돌아보면 천장의 비례를 달리하는 건축가의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는 '르 코르뷔지에'로 건축가를 정하고 미술관 건립을 조건으로 2차 세계대전 후 압류했던 마쓰카타의 컬렉션을 반환한다. 르 코르뷔지에의 생애 첫 미술관은 평범하지 않다.


모든 평범하지 않은 것이 그렇듯,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건축가의 신념은 건축과 미술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고 계단을 오르고 내려와 그림을 다시 보고 있으면 처음의 불친절함이, 조금 어두웠던 조명이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큰 건물과 밝은 조명에 길들여진 때문일까.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오래 걸리지 않는다.


미술관 1층 카페에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커피와 예쁘고 달콤한 타르트를 먹는다. 카페에서 바라보는 정원도 멋지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건물과 작품들을 다시 둘러보고 싶다. 아트샵에서 엽서를 사고 밖으로 나간다.

미술관 카페의 디저트

우에노 공원에 파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간다. 공원을 지나 걷는다. 도쿄예술대학의 문으로 들어선다. 도교국립박물관을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도쿄예술대학을 보고 싶었다. 도쿄예술대학(Tokyo University of the Arts)은 도쿄미술학교와 도쿄음악학교를 합병해 창립된 일본의 국립 예술대학이다.

(도쿄예술대학)

도쿄예술대학 미술관 본관은 4층 건물이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전시장으로 가서 전시를 보고 2층의 레스토랑과 아트샵을 지나 1층으로 내려온다. 주위는 나무가 울창하고 예술대학답게 조각 작품도 있다. 도쿄예대 미술관에서는 예술대학 컬렉션이 전시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쉽다. 작품은 일본 최고 미술대학답게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들이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전위적인 작품이 많다. 인체를 소재로 하는 작품도 있고 비디오 작품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연히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아름답다.


사람들로 가득한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우에노 역으로, 짐을 찾아 나리타 공항으로 간다. 일본을 떠나기 전에 편의점에서 계란 샌드위치를 먹고 공항에서 다시 아쉬움에 라면을 먹는다. 츠키지 시장의 뜨거운 라면이 먹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3박 4일, 도쿄의 겨울은 춥지 않았다. 봄이 오는가 보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르느와르의 그림이었던 듯)
( 국립서양미술관/ 모네의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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