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와의 조우
마음을 사로잡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좋은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한 가지는
「여름 별장에 와서, 나에게 주어진 설계실 책상에 앉아서 맨 처음 생각한 것은 이 큰 유리창은 계수나무가 잎사귀를 활짝 펼치고 있는 가운뎃 마당 경치를 보기 위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계수나무의 황록색 잎사귀는 날이 맑든 흐리든 밝고 경쾌하다. 둥근 모양의 잎사귀를 내려다보면 살짝 부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진입로의 계수나무는 놀랄 만큼 커 있었다. 기억 속의 계수나무보다 훨씬 굵고, 높이도 여름 별장의 높이를 훨씬 넘어버렸다. 바뀌지 않은 것은 잎사귀의 모습뿐이었다. 선생님이 쓰러진 날처럼 모든 잎사귀가 위에서 아래까지 남김없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계수나무의 그리운 달콤한 냄새.」
- 마쓰이에 마사시『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소설 곳곳에
그 계절에 적절한 모습으로
계수나무는 등장해서
마음을 끌었다.
이쯤 되니
계수나무를 보는 것은
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2022년 5월에
장미가 가득 핀 전주수목원에 가서
계수나무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을이 왔는데... 왔는데...
어쩌다 보니
계수나무 단풍 시즌을 놓쳐버린 것이다.
가보니 벌써 다 졌더라는...
그다음 해도 해외여행으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13번? 의 가을이 남아있으니...
그러다 또!
다음 문장과 만났다.
「... 설탕을 끓인 것처럼 진하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계수나무 낙엽. 바닥에 떨어져 말라가는 갈색 잎 하나를 들어 올려 코끝에 대보면 기분 좋을 만큼 달콤한 향이 난다. 매일 맡아도 신기한 냄새. 」
- 김신지『제철 행복』에서.
이쯤 되니
"이래도 나를 안 찾아볼 거야?"라며
계수나무가 나를 잡아 끄는 것 같았다.
가을이여
어서 내게 오라!
2024년 11월 2일, 나진이와 현지가 왔다.
둘 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제철 행복』을 읽었기 때문에
계수나무와의 조우는
좋은 이벤트가 될 터였다.
기대보다는 감동이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주지 않고
수목원으로 가서
저만치 계수나무가 보이기 시작하자
뜬금없이 물었던 것이다.
"무슨 냄새나지 않아?"
둘은 동시에 말했다.
"솜사탕 냄새가 나요!"
달고나도 아니고 캐러멜도 아니고
솜사탕 냄새라니...
말만 들어도 기분 좋은 솜사탕.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맑은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그리고
두 애제자와 계수나무가 있었다.
✔주의사항
혹시 가을에 수목원에서
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킁킁 킁킁대는 사람이 보이면
'또 저러고 있다...' 생각하고
아는 체 말고 지나쳐주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스쳐 지나가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