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산책으로 만나는 가을
"무슨 냄새나지 않아?"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냄새가 나요!"
"그래? 무슨 냄새?"
그러자 나진이와 현지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솜사탕 냄새가 나는데요?"
"솜사탕 냄새가 나? 어디서 나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
둘은 냄새의 원천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며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나진이가
"아~!!! 이 나무예요!"라고 했다.
"정말? 이 나무 이름이 뭔데?"
"아... 아... 음... 음.... 그... 저...... 그거요.... "
나진이 머릿속에서는 맴도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그 나무 이름은
계수나무다.
은행나무, 감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와는 달리
계수나무가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친구와 손을 마주 잡고 "쎄쎄쎄~ " 한 후
손동작을 맞춰가며 부르던
「♪ 푸~른 하늘 은~하수 하~ 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
이 노래 때문일 것이다.
(노래 제목은
'푸른 하늘 은하수'가 아니라
'반달'이다.^^)
환상 속에 있을 것 같은 계수나무가
내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바로 이 문장들 때문이다.
「작가이니 복자기와 계수 단풍 드는 거는 꼭 보시오. 여기가 아니더라도 말이오. 몸이 이 모양이라 시간 보내느라고 읽는 거 듣는 거는 할 만큼 했다고 여기는데 어느 책에서도 복자기와 계수나무 단풍 들 때 모습을 묘사한 걸 못 읽었어. 글 쓰는 이들이 참 게으르구나 생각했소. 복자기 단풍 들 때는 참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소. 운신을 못하니 사계절 중에 여름 나기가 젤 힘들어서 그만 죽고 싶으먼 맴속으로 복자기 단풍 든 거나 한번 더 보고......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아름답지. 나뭇잎의 붉은빛이 새 새끼 눈처럼 반짝반짝. 다른 나무들 단풍 든 거랑은 비할 수가 없소.
작가이니 복자기 단풍 들 때 일부러라도 숲에 가보시오. 작가 아니라도 단풍들 때 복자기 자태며 계수나무가 뿜어내는 그 달콤한 냄새를 맡어보면 그 순간만이라도 매인 것에서 놓여날 것이오. 복자기 단풍 든 자태는 먼 디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눈부시게 광이 나거든. 내가 복자기다 하고선 뽐을 내고 서 있거든. 야발 지다고들 하지.
...... 그 옆 나무는 계수인디 어디서나 잘 자라고 생장이 빠르오. 오색으로 단풍 들 때 빼어나게 아름답지. 계수나무 자태가 눈에 띄기 한참 전부터 냄새가 맡아지오. 그 냄새를 뭐라 해야 할까 모르겠소. 작가라니까 꼭 맡아보고 표현해 보시오. 잎사귀에 단풍 들면서 다디단 냄새가 주변으로 스미는데 이 냄새가 어디서 나나하고 단내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계수나무 앞에 머물게 되지.」
신경숙의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고
저 문장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죽고 싶을 때조차,
'단풍 든 거나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라니
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 책을 2021년 겨울에 읽고 다짐을 했다.
'다음 해 가을이 오면
복자기나무와 계수나무의 단풍을 꼭 보고 말리라!'
어찌 된 일인지
복자기나무는 서서히 지워지고
저 모든 문장이
계수나무에 대한 이야기라고 기억하게 되었다.
그렇게
계수나무 단풍을 보고 향기를 맡는 것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나무를 잘 아는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은 나무를 더 잘 아는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전주에서 계수나무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해?"
나무 박사는 대답했다.
"전주 수목원으로 가야지!"
어서 빨리 가을이 왔으면....
(다음 호에 계속^^)